등록 : 2013.02.06 20:05
수정 : 2013.02.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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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루시드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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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 ‘무국적 요리’ 낸 가수 루시드폴
가사집·편지글 이은 세번째 책
모호한 배경에 파격반전 가득
“응어리 푸니 음악 더 편해져”
가수 루시드폴(38·본명 조윤석·사진)이 첫 소설집 <무국적 요리>를 냈다. <탕> <똥> <기적의 물> 등 단편소설 8편을 모았다.
그가 책을 낸 건 이번이 세번째다. 15년 동안 써온 노랫말 52편을 모아 2008년 <물고기 마음>을 냈고, 2009년엔 스위스 유학 시절 마종기 시인과 2년 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아주 사적인 긴 만남>도 나왔다.
지난 5일 서울 신사동 안테나뮤직 작업실에서 만난 루시드폴은 “앞서 2권이 나온 뒤 에세이집을 내자는 출판사의 제안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음악인이라는 생각에서 고사해왔다”고 했다.
그럼 소설은 어쩌다 쓰게 된 걸까? “브라질의 전설적인 음악가이자 작가인 시쿠 부아르키의 장편소설 <부다페스트>를 소개하고 싶어 번역을 해봤어요.(그는 브라질 음악을 좋아해 포르투갈어를 독학했다.) 그러다 음악가가 소설로도 뭔가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재밌게 느껴졌어요. 나도 뭔가 얘기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에 한편 두편 쓰기 시작했죠.”
그의 소설은 독특하다. ‘마유’ ‘목군’처럼 주인공 이름부터 색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시대와 배경이 모호하고, 이야기 흐름이 곧잘 급작스럽고 파격적인 반전으로 치닫는다. 최재봉 <한겨레> 문학담당 기자는 “문단의 영향과 경향에서 자유로운, 독자적인 상상력과 스타일로 무장한, 출처 불명, 개성 만발의 소설”이라고 발문에서 평했다.
“소설 작법을 배운 적도 없다보니 제 맘대로 자유롭고 엉뚱한 상상으로 얘기를 엮어나갔어요. 시대와 배경을 모호하게 한 건, 그래야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좀더 자유롭게 풀어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는 소설집 제목을 일본에서 본 식당 이름에서 따왔다고 했다. “국내 패스트푸드점 햄버거, 중국집 짜장면, 돈가스가 과연 어느 나라 요리일까요? 결국은 이것저것 뒤섞인 ‘무국적 요리’거든요. 그걸 자랑스럽게 내건 그 식당이 솔직하고 자신감 넘쳐 보였어요. 처음엔 가제로만 쓰려고 했는데, 더 좋은 제목을 찾지 못했죠.”
독자 반응도 상당하다. 쇄당 3000부씩, 발간 열흘 만에 벌써 3쇄에 들어갔다. 그는 “얼마나 팔리는지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음악으로 담아내지 못하는 생각, 느낌, 영감을 풀어내려고 글을 쓰는 건데, 사람들 반응에 신경쓰기 시작하면 글을 더는 쓰지 못할 것 같아서”란다.
그는 4월 한 달 동안 서울 종로의 소극장에서 장기공연을 할 계획이다. 또 새로운 곡 작업에 들어가 올가을께 앨범도 낼 작정이다. “한동안 글만 쓰다 보니 음악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됐어요. 마음속 응어리를 글로 풀고 나니 음악적으로 더 편해진 것도 같고요. 이제는 작가에서 다시 음악가로 ‘모드 전환’을 해야죠. 그래도 소설은 짬짬이 계속 쓰려고 해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안테나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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