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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19 20:09 수정 : 2013.02.19 20:09

<애비>

오윤 부산 회고전 ‘나무에 새긴…’

거침없는 칼끝으로 부조리한 세상을 비웃었던 작가, 신명나는 새 세상을 꿈꿨던 작가, 한국 판화에 큰 획을 그은 뒤 신화가 된 작가 오윤(1946~86)이 거의 30년 만에 고향에서 전시회를 연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7년 만이다. 4월14일까지 부산 암남동 미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오윤 회고전 ‘나무에 새긴 동래학춤’은 작고 뒤 그의 고향 부산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귀향전이다. 1980년대, 말 그대로 혜성처럼 나타나 민중미술의 간판 작가로 활동하다가 남들보다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오윤의 목판화 세계를 150여점의 주요 작품으로 정리한 대형 전시회다.

날선 풍자와 해학 넘치는 작풍으로
80년대 풍미했던 목판화 대표작가
잘 알려진 ‘애비’ 등 150여점 선봬

예술가란 춤추는 무당 같다며 활동
동래학춤 등 다양한 춤 그림 눈길

서울대 조소과를 나와 조각가로 출발한 오윤은 80년대를 풍미했던 목판화를 대표하는 작가다. 그를 비롯해 여러 미술가들이 거친 나무 질감을 살리는 강렬한 표현을 앞세운 목판화를 선보이며 등장했고, 그중에서도 오윤은 날선 풍자와 비장하면서도 해학적인 표현, 한국 전통의 한과 흥을 느끼게 하는 작풍으로 가장 두드러졌던 존재였다. 그러나 그는 오랫동안 간경화를 앓으며 건강이 악화되어 1986년 7월5일 첫 개인전을 마친 직후 마흔 살에 훌쩍 세상을 떠났다. 작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한 기간은 몇 년에 불과했지만 남긴 작품들은 우리 현대미술의 보석이 되어 지금도 사랑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애비>(오른쪽 사진)를 비롯해 칼을 든 도깨비 작품 등 그의 대표작들이 거의 모두 등장한다. 이번 전시는 물론이고 오윤의 작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그리고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는 바로 ‘춤’(왼쪽)이다.
그가 춤을 즐겨 그린 것은 고향 부산의 전통 예술인 ‘동래학춤’에서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예술가란 춤추는 무당 같은 존재라고 여겼는데, 그 자신이 동래학춤 집안 출신이었다.

소설가 오영수의 아들로 태어난 오윤은 어려서부터 동래학춤을 보며 자랐다. 외가가 동래에서 학춤으로 유명한 김기조 선생의 집안으로, 오윤의 외삼촌이 동래학춤 예능보유자였다. 조카인 오윤은 당시 춤추는 법을 기록한 무보 화첩을 직접 그렸고, 그런 경험은 이후 오윤 그림의 원형이 되었다. 미술평론가 윤범모 가천대 교수는 “오윤은 어떤 이론 이전에 이미 우리의 전통성을 기본으로 한 우리 민족의 미술가이다. 오윤은 춤을 추는 예술가, 바로 무당처럼 구김살 없는 진실과 감동을 추구했고, 또 그것을 실천한 시대의 선구자였다”고 평했다.

전시에는 오윤의 다양한 춤 그림과 함께 오윤이 남긴 동래학춤 무보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 제목 ‘나무에 새긴 동래학춤’처럼 보기만 해도 춤사위를 펼쳐보고 싶게 만드는 오윤의 강렬하고 강력한 판화 세계를 접해볼 수 있는 기회다.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 휴관. (051)243-3100.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도판 미부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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