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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가 지난 13일 서울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연 단독공연에서 신곡 ‘젠틀맨’을 선보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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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대중음악평론가 김영대 ‘젠틀맨 폭발 반응’ 분석
강남스타일 후광 극대화인기 꺼지지 않은 시점에 발표
선정성 세진 뮤비도 반응 좋아 미국 음악과 연관성 강조
C해머와 한 무대서 “나의 우상”
외국인 아닌 현지 팝음악 주체로 소수자 ‘문화적 상상력’도 큰 동력 ‘강남스타일’의 거짓말 같은 인기가 정점을 찍던 지난해 가을, 싸이의 행보에 대한 예측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빌보드> <롤링스톤> 등 음악 전문지와 <타임> 등 시사교양지, 심지어 <스핀> 같은 록음악 전문 잡지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싸이가 결국은 반짝가수의 길을 걷게 되리라는 것, 그리고 후속곡이 적어도 ‘강남스타일’만큼의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하지만 발매 뒤 며칠 안 돼 유튜브 조회수 1억건을 돌파한 ‘젠틀맨’의 성공을 보며 현대 대중문화의 역동적 흐름에서 옛 경험에 기댄 평면적인 예측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그동안 미국 현지에서 친해진 학자들과 현지 음악팬들이 전해준 싸이의 지난 1년의 발자취에 대한 평가와 후속곡 ‘젠틀맨’에 대한 반응을 중심으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싸이 현상의 의미를 되짚고자 한다. 첫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전작을 의식한 안전한 후속곡이라는 평가는 공통적이다. 한 지역방송 디제이는 “‘강남스타일’만큼의 임팩트는 없지만 성공은 기정사실이다. 딱히 슈퍼스타라고 부를 뮤지션이 적은 것도 이유다. 연달아 몇 곡이 더 히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음악 자체에 대해서는 의심의 목소리가 있지만, 곡의 정체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반응이 많다. 욕설을 연상시키는 후렴(“마더 파더 젠틀맨”)과 선정적인 영상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필자의 우려에 한 미국인 대학원생은 “갱스터 랩의 가사나 야한 아르앤비(R&B) 뮤직비디오를 보고 듣고 자란 우리가 그렇게 느낄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젠틀맨’은 후속곡이 가진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순간에 등장했다.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된 덕에 자연스러운 연결 지점이 만들어졌다. 그럼 이러한 ‘후광효과’ 말고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얼마 전 한 매체는 ‘미국 내 음악 소비 방식의 변화’를 ‘강남스타일’의 성공 요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나는 여기에 더해 싸이에 의해 촉발된 미국 내 소수자들의 ‘문화적 상상력’을 동력으로 지적하고 싶다. 비주류 그룹들의 열광적인 지지, 아시아계의 동질 의식은 적어도 미국에서만큼은 싸이의 인기에 여전히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논란이 되었던 ‘반미 랩’ 사건으로 싸이가 난처해지자 다국적 팬들이 미국 중심적 시각을 역으로 비판하면서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바 있다. 이런 범소수자의 연대의식은 에스엔에스(SNS) 같은 새로운 미디어 구조를 통해 공유되는 환경을 발판 삼아 ‘젠틀맨’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싸이의 ‘롱런’ 가능성은 지난 연말에 이미 감지되었다. 이즈음 싸이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의 피날레와 새해맞이 연례행사 ‘딕 클라크스 뉴 이어스 로킹 이브’에 잇따라 출연했다. 특히 90년대 스타였던 엠시 해머를 불러들여 ‘투 레짓 투 큇’과 ‘강남스타일’을 기막히게 맞물려 협연한 것은 영리한 아이디어였다. ‘한물간’ 왕년의 스타를 이제는 거물이 된 싸이가 “어린 시절의 우상”이라며 추켜세운 센스에 미국 대중들은 즉각적인 호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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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김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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