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5.05 20:16 수정 : 2013.05.05 20:16

2일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난 구자흥 극장장은 “극장 경영자와 기획자로서 좋은 작품을 많은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것 못지않게 사람들의 삶의 태도나 의식을 변화시키는 교육 기능도 중요한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구자흥 명동예술극장 극장장

문화다움기획상131 첫 수상자
“어렵게 일하는 후배들에 미안”

문화예술계에서 탁월한 기획자로 소문난 구자흥(68) 명동예술극장 극장장이 지난달 26일 뜻깊은 상을 받았다. 문화기획과 예술경영 전문가들의 비영리 법인인 문화다움(이사장 이상일)이 문화기획의 좋은 모델에게 주는 ‘문화다움기획상131’의 첫 수상자가 된 것. 문화예술 현장에서 10년 넘게 활동한 기획자 131명이 스스로 10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내고 직접 투표인단이 되어 동료 기획자에게 상을 주는 특별한 상이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는 그를 지난주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났다.

“수상을 통보받고 저 같은 사람보다는 후배들이 받는 게 좋다고 사양했어요. 첫 수상자이고 투표인단이 공정하게 심사했다고 하더군요. 문화예술상은 많지만 기획상은 없고, 잘 보이지 않는 데서 일하는 기획자를 격려하는 상으로 알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로부터 상을 받아서 기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저는 사실 기획자로서 남들보다 누리고 있는 것이니까요. 대학로에서 정말 어렵게 일하는 후배들도 많은데….”

그는 국내 공연기획 1세대다. 서울고 시절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고 장민호·황정순 주연의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를 보고 ‘연극 키드’가 되었다. 서울대 미학과(63학번)에 입학한 뒤 문리대 연극반과 총연극회 회장을 지냈고, 졸업 후 극단 실험극장에 기획부장으로 들어갔다. 이후 극단 민중극장과 민예극장 대표, 의정부 예술의전당과 안산 문화예술의전당 관장 등을 지내며 40여년간 무대 뒤를 지켰다.

“연극반 시절엔 배우가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동기 중에 가수 이적의 아버지인 이상덕씨가 너무 연기를 잘하는 겁니다. 몇 작품 출연한 뒤 재주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아무도 안 하는 기획을 맡아 했습니다. 1966년 서울대 총연극회장을 할 때 김우진(1897~1926)의 <산돼지>를 서울대 개교 20돌 기념 공연으로 드라마센터 무대에 올렸어요. 대학 연극으로는 처음으로 백상예술대상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그때 제가 갈 길을 정했습니다.”

2009년, 34년 만에 부활한 명동예술극장의 초대 극장장으로 취임한 그는 짧은 시간에 공연예술계에 ‘명동 브랜드’를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간 6편 안팎의 자체 제작 작품과 해외 신작, 2~3편의 국립극단 작품 등 수준 높은 연극을 선보여 확실한 성과를 일궈냈다. 개관 첫해인 2009년 객석 점유율 87.7%를 기록했고, 2010년 73.9%, 2011년 78.4%, 2012년 71.9% 등 평균 70%가 넘는 객석 점유율로 지난해 말까지 관객 23만여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특히 올해 3~4월 공연한 연극 <러브, 러브, 러브>는 객석 점유율 104%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개인적으로는 명동예술극장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남은 열정을 털어 넣으려고 했습니다. 지난 3년간은 초창기라고 생각하고 ‘극장 길 내기’에 열심히 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레퍼토리 선정에 소홀했다고 스스로 아쉬워했다. 자립도를 유지하려다 보니까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다. “쫓기듯 극장을 개관하다 보니 장기 계획을 미처 세우지 못했어요. 이제는 관객들로부터 ‘명동극장이 옛 국립극장의 전통과 기능을 잘 살리고 있구나’라는 평가를 듣고 싶어요.”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