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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간직한 사찰과 예술이 만난다. 해인사 일주문 앞에 들어선 조형물 ‘나 아닌 나’(최평곤 작). 해인아트프로젝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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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해인사 ‘해인아트프로젝트’
홍류동 계곡부터 사찰 경내까지
국내외 30팀의 작품 70여점 전시
구례 화엄사 ‘화엄음악제’
‘첫번째 빛’ 주제로 19일부터 공연
참여자들 템플스테이 참여할수도
■ 해인사, 미술 전시장이 되다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 깃발이 움직이는가, 바람이 움직이는가. 제자들의 다툼을 보고 육조 혜능선사는 움직이는 것은 바람도, 깃발도 아닌 그대들의 마음이라 했다. 1100년 전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종찰 해인사에서 마음을 주제로 한 현대 미술제 해인아트프로젝트가 11월10일까지 열린다.
해인사 들머리 홍류동 계곡에서 성보박물관을 거쳐 해인사 경내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작가 30명(팀)의 평면, 입체, 미디어, 설치 작품 70여점이 깔렸다. 워낙 넓은 곳 구석구석에 설치돼 자칫 지나칠 수 있지만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 시선이 갈 법한 곳들에 작품들이 들어갔다. 자연-인공, 전통-현대, 옛것-새것 등이 만나 생기는 파장이 번져나온다.
홍류동 계곡을 따라 설치된 작품은 자연과의 만남. 인도 작가 실파 굽타는 100개의 돌판에 화엄경에서 얻은 글을 새겨 오솔길에 박았다. 흙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데, 발바닥, 손바닥으로 닦으면 ‘믿을 때만 눈앞에 나타나는 영혼의 존재’ ‘배설물 담즙 담 고름 피 땀 지방 눈물 기름 침’ 등의 글귀가 나타난다. 박상희 작가는 자연석 화강암 바위에서 천년 잠을 자는 와불을 깨웠다.
성보박물관과 사찰 경내는 고금의 대비. 박물관 지하 목판보관실에 조소희 작가는 실을 얽어 스멀스멀 피어나는 연기처럼 만든 작품을 선보인다. 절 앞 매점으로 쓰던 육각정에는 ‘김월식과 무늬만 커뮤니티’ 팀이 만든 ‘매점불’이 들어섰다. 108명의 어르신한테서 구입한 폐지로 동굴을 만들고 부처를 모셨다. 일주문 앞에 세워진 최평곤의 대나무 인간이 장승처럼, 미륵처럼 버티고 서 있고, 종각 기둥에는 안상수의 한글주련이 걸렸다. 저녁이면 대적광전 앞 석탑에 뮌의 작품이 투사되는데, 탑의 표면이 이미지로 채워지고 비워지면서 지켜보는 이의 마음도 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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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음악제 2011의 모습. 화엄음악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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