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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이나 먼저 나온 2차 콘텐츠와 차별화하기 위해 창작자들은 다양한 방식을 택한다. 원작자의 각색, 관객의 사전 검증, 주인공 뒤집기, 심지어 아예 원작으로 회귀하기도 한다. 뮤지컬 <풀하우스>. 각 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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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랑’] ‘원 소스 멀티 유즈’ 어디까지
변신의 유혹은 달콤하지만 재창조의 고통은 깊다. 공연계에 ‘원소스 멀티유즈’ 작품이 늘어나며 낯익은 스토리, 검증된 인기의 원작을 넘어서기 위한 제작진들의 전략과 승부수도 다양해지고 있다.
묵은 김치의 ‘위대한 재탄생’. 더 우러나올 수 없이 깊은 맛이 나는 김치도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김치부침개로 창조적 변신이 가능한 법이다. 본래의 맛과 다르지만 새로운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김치의 변신처럼, 올해 문화판에선 원작을 새롭게 변형하는 ‘원소스 멀티유즈’ 작업이 한창이다.
고전이나 인기작이 장르를 불문하고 ‘리바이벌’되는 게 새삼스런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치솟는 공연제작비 부담 속에서 검증된 인기와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원작에 대한 유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결국 관건은 차별화일 터. 원작자의 각색, 원작으로 회귀, 관객의 사전 점검, 주인공 뒤집기….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익은 스토리를 다른 장르로 재창조하기 위해 작가, 연출, 제작자들은 저마다 다양한 변신 전략을 구사하며 나름의 승부수를 띄운다.
원작 변형 작품 잇따라 무대에 새로운 느낌 주려 상상력 총동원
잘되면 약이지만 되레 독 될 수도
가무극 ‘바람의 나라 무휼’은
만화 원작자에게 각본 맡기고
뮤지컬 ‘JSA’는 원작으로 복귀
‘풀하우스’는 관객한테 사전검증
지난 11일 개막한 가무극 <바람의 나라 무휼>은 김진 작가의 만화 <바람의 나라>(1992)를 원작으로 한다. <바람의 나라>는 호동의 아버지이자 고구려 3대 국왕인 대무신왕(무휼)의 드라마틱한 삶과 권력투쟁의 과정을 다뤘다. 이미 게임, 소설, 드라마로 여러 차례 변주된 이 작품을 가무극으로 만들면서 서울예술단은 원작 만화가인 ‘김진’에게 각본을 맡기는 파격적인 시도로 차별화를 꾀했다. 원작자에게 새로운 장르의 각색을 맡기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긴 하지만, 어찌 보면 더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김진 작가는 “무대에서 구현하기 힘든 장면들을 과감히 덜어내고 대사도 최소화했다”며 “작품 속 굵직한 개념들은 조명이나 영상, 안무 등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상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바람의 나라 무휼>은 과거와 현재, 이승과 저승의 경계는 조명으로 구분하고 원작의 신수인 청룡, 주작, 봉황 등은 영상으로 풀어냈다. 화려한 무대장치보다는 여백의 미를 강조하고, 압축된 상징을 통해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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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각 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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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풀하우스>. 각 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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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 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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