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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49)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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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보내준 희망 전하려”
아기 주제로 동요풍 노래 담아
‘세월호’ 노래는 대책위에 기증
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49·왼쪽 사진)씨는 2012년 8월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누가 1억만 빌려주세요. 아내 좀 살려보게요. 아내가 낫는 대로 집 팔아서 갚을게요.”
한양대 재학 시절 광주민주화운동 사진을 보고 노래운동에 뛰어든 윤씨는 ‘전대협 진군가’,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서울에서 평양까지’, ‘헌법 제1조’ 등을 만들었다. 아내 양윤경씨도 노래패 ‘조국과 청춘’ 출신 가수다. 윤씨는 아내가 유방암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결혼했다. 수술받고 나은 줄 알았으나 2012년 초 암이 재발했다. 병원비가 산더미처럼 불어났다.
“제가 걸어온 길을 후회한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아내가 아프고 나서 딱 한번 후회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하는 무능한 내가 원망스러웠죠.” 28일 전화 수화기 너머 윤씨가 당시 심정을 떠올렸다.
윤씨의 도움 요청에 시민들은 “윤민석의 노래에 진 빚을 돌려주자”며 성금을 모았다. 윤씨는 자신이 만든 노래의 저작권료를 한 푼도 받은 적이 없었다. 보름 만에 1억5000만원이 모였다. 동료 가수들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윤민석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윤민석 음악회가 열리던 날 아내가 기적처럼 미음 세 숟가락을 떴어요. 이전 한달간은 상태가 안 좋아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요. 음악회에 모인 많은 분들의 염원이 전해졌나봐요.”
이후 아내의 상태는 조금씩 나아졌다. 아내의 앨범 하나 못 만들어준 게 늘 마음에 걸렸던 윤씨는 아내와의 앨범 작업을 준비했다. 아내는 지난겨울 힘겹게 녹음을 마쳤다. 그 결과물이 지난 23일 발매됐다. 윤민석 1인 프로젝트 밴드 ‘그래도(島)’ 1집 <우리 아가는>(위 사진)이다. ‘우리 아가는 1’, ‘우리 아가는 2’, ‘윤민석의 자장가’, ‘사랑하는 딸들에게’ 등 아기를 주제로 한 동요풍 노래 4곡과 피아노 연주곡 1곡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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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석 1인 프로젝트 밴드 ‘그래도(島)’ 1집 <우리 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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