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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문의 대작 ‘강산무진도’. 산세 등 대자연의 기운을 치밀한 세부 표현과 부드러운 톤으로 묘사한 이인문 식의 정통 화풍이 단원과 흥미로운 대비를 보여준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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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9월28일까지
궁중화원 함께 다닌 진짜 라이벌
산수 쪽은 이인문이 낫다는 평도
길이 8.56m 대작 ‘강산무진도’
단원의 털털한 명작 ‘삼공불환도’
한·중·일 산수화 109점 한곳에
우리 역사상 가장 뛰어난 불세출의 화가라는 18세기 거장 단원 김홍도(1745~1806?)의 맞수는 누구일까. 세간에선 미인도와 야한 풍속도를 그린 혜원 신윤복(1758~?)을 점찍는다. 비슷한 영정조 때 사람이고, 서민 생활을 담은 단원과 상반된 화풍을 구사했으며, 평생 야인으로 외면당한 혜원의 삶이 궁중화원 출신인 단원과 극적으로 대비되는 탓이다.
사실, 단원이 혜원과 교유한 역사 기록은 없다. 미술사가들은 혜원을 몰랐거나, 알았어도 10년 이상 어리고, 삐딱한 화풍을 고집하는 후배를 굳이 주목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백인산 간송미술관 연구위원은 “단원과 함께 정조 어진을 그린 혜원의 아버지 신한평(1726~?)이 단원과 더 밀접한 동료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실 학계에서 꼽는 단원의 진짜 맞수는 동갑나이에 같이 궁중 화원을 지낸 이인문(1745~1821)이다. 단원의 먼 친척이자 평생친구였던 그는 ‘늙은 소나무, 흐르는 물을 마음에 담는 이’라는 뜻의 고송유수관도인(古松流水館道人)이란 긴 호를 썼는데, 필력 면에서 생전 단원의 유일한 경쟁자였고, 산수 표현 등에서는 더 낫다는 평도 받는다. 단원이 모든 그림 장르에 통달한 다재다능형이라면, 이인문은 산수화에 집중해 지존의 경지를 이뤘다. 정조의 총애를 함께 받았던 그들은 알게모르게 서로 화풍을 의식했을 것이다.
마침 단원과 이인문의 그림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특별전시실에 차린 ‘이상향 산수를 그리다’전이다. 국내 옛 회화중 가장 큰 이인문의 ‘강산무진도’와 단원의 산수화 대표작인 ‘삼공불환도’가 사상 처음 한 자리에 모였다. 길이 8.56m의 대작 <강산무진도>는 전시실 안쪽 가장 깊숙한 곳에서 한·중·일 산수화들을 굽어본다. 가로 세로 크기가 각각 4m, 1m를 넘는 ‘삼공불환도’는 들머리에서 조선 산수화의 진경을 펼쳐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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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의 대작 ‘삼공불환도’. 조선 특유의 풍경과 운치가 그림 곳곳에 배어든 단원 특유의 화풍이 돋보인다. 이인문과 김홍도의 대작은 사상 처음 한 전시장에서 만났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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