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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시티 서울 2014’의 주요 출품작들. 움직이는 키네틱 조각에 방울을 달아 기묘한 소리를 내는 양혜규씨의 설치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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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미디어시티 서울 2014’
‘귀신·간첩·할머니’ 주제 삼아
식민과 냉전 아픔 견딘 여성 부각
양혜규 ‘무당방울 설치작’ 등
개별 작품 돋보이나 맥락 허술
귀신과 간첩, 할머니들은 도처에 출몰했다. 그런데 간첩이 귀신 되고 귀신이 할머니로 변하며, 다시 할머니가 간첩으로 변신하는 이야기들은 보이지 않는다. 기대했던 변신과 융합의 드라마, 판타지는 어디에 있을까.
1일 오후 서울시립미술관 현관 앞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달래는 이상순 만신의 새남굿판으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은 막을 올렸다. 국내 3대 비엔날레로 꼽히는 행사에 걸맞게 전시는 만듦새가 깔끔하다. 반면, 맥락은 성기고 허술하다는 평이다. 무속을 다룬 영화 <신도안><만신>을 만든 박찬경 예술감독은 20세기 근현대기 제국주의 침탈과 식민지, 냉전의 질곡을 겪은 아시아인들의 독특한 정신과 의식을 파헤쳐 보인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뚜껑을 열어보니 그의 구상은 성공도 실패도 아닌 절충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개별 작품들로만 보면, 기획자의 안목과 선택이 돋보이는 수작들이 적지않다. 무당이 쓰는 방울을 선풍기나 움직이는 키네틱 조각에 달고서 소리의 춤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양혜규 작가의 들머리 설치 작품은 단연 돋보인다. 기계문명과 결합된 무속적 상상력이 신선하다. 제주 해녀의 노동과 생활을 ‘이어도사나’ 같은 노동요 등의 현장음과 영상으로 보여준 미카일 카리키스의 3층 극장에서 해녀의 삶은 다층적으로 재조명된다. 이 미술관의 전신인 조선총독부 시절의 고등재판소를 재현한 다무라 유이치로의 공간작업도 참신하다. 미술관의 역사적 장소성을 부각시킨 공간에서 작가는 낯선 영상을 틀어준다. 1764년 조선통신사 수행원 최천종이 일본에서 통역을 맡은 하급무사에 의해 흉기로 살해된 사건을 가부키 연극으로 공연한 장면과 당시 흉기를 일본 장인이 제작하고 횟감을 뜨는 장면이었다. 엉키고 엉킨 한일관계사의 미시적 단면들을 부각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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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신인 일제강점기 고등재판소 경내를 재현한 다무라 유이치로의 공간설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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