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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르 알바라신의 당나귀가 책을 읽는 설치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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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거주하기’ 주제로
27개국 작가 77명 참가
6개 섹션 복잡한 작품 뒤엉켜
어지러운 관람동선에 관객들 피로
프랑스 작품 편중 등 ‘졸속’ 드러내
관객도 지치고 비엔날레도 지쳤다.
한국 미술판에서 광주와 더불어 국내 양대 비엔날레를 표방해온 부산비엔날레 2014의 전시장을 떠도는 건 권태와 피로감이었다. 20일부터 ‘세상에 거주하기’란 주제를 내걸고 시작한 부산시립미술관의 본전시 현장은 10여년전의 국내 비엔날레를 보는 듯했다. 전지구적인 거대 주제와 난해한 담론, 기괴하면서도 덩치큰 규모를 강조하는 설치작업들과 복잡한 개념어 일색의 설명들로 1~3층 전관이 채워졌다. 지그재그로 갈팡질팡하는 관람 동선 등에서 일반 관객에 대한 배려가 별로 없다는 인상도 남았다.
27개국 작가 77명이 출품한 본전시는 운동, 우주와 하늘, 건축과 오브제의 운동성, 정체성, 동물과의 대화, 역사와 전쟁 등 6개 섹션으로 이뤄져 있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 성격의 크고 작은 작품들이 많았다. 공중의 붉은 로프줄에 매달린 백여개의 빈티지 여행가방들이 끊임없이 달그락거리는 치하루 시오타의 설치 작품 ‘축적-목적지를 찾아서’는 세계를 떠돌며 사는 것이 일상화된 현재의 문명적 상황을 드러낸다. 스페인 작가 필라 알바라신은 박제된 당나귀가 책더미 무덤 위에 책을 읽고 있는 설치작업을 통해 지금 세상살이의 불안함을 시각적인 연출로 보여줬다. 공중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기하학적 도형의 모빌 작업을 연출한 베네수엘라 작가 엘리아스 크레스팽의 작품이 운동과 정지에 대한 개념을 담아냈다면, 인도 작가 지티쉬 칼랏은 달덩이 모양으로 확대된 인도 전통의 갈레트빵이 먹으면서 사라지는 모습을 클로즈업한 영상작업을 통해 시간성에 대한 성찰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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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락거리는 여행가방들이 등장하는 일본 작가 지하루 시오타의 설치작품 ‘축적-목적지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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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하게 변형된 인체상인 아산 스마티의 ‘멜랑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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