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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신해철의 20주년 기념공연 ‘2008 Remembrance’ 콘서트. 서울 광장동 멜론 악스에서 가수 신해철이 커플 관객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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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신해철, 마지막 메시지는? “아프지만 마라”
신해철은 가수이면서 영화음악감독이었고 라디오 진행자였으며 공연쟁이였다. ‘한겨레’, ‘씨네21’은 각기 다른 신해철을 여러 차례 만나 얘기를 나눴다. 영화음악감독이어도, 라디오 진행자여도 신해철은 늘 신해철이었다. 영화음악감독 신해철, “영화음악 그만하겠다.”/씨네21 237호 2000년 2월 1일 김혜리 기자( ■ 기사 바로가기 ) 1993년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로 영화음악에 발을 담근 신해철은 2000년 송능한 감독의 영화 ‘세기말’까지 네번 영화음악을 만들었다. ‘씨네21’은 2000년 2월 그를 만났다. 신해철은 스타워즈 에피소드의 광팬이었다. -근래 재미있게 본 영화가 있나요. =‘스타워즈 에피소드1’은 봤죠. 참고로 제게 좋은 영화의 기준은 유에프오(UFO)와 외계인이 몇 마리 나오나, 광선총, 비행기, 탱크는 몇대나 등장해 몇발이나 쏘나, 이도 저도 아니면 예쁜 여자가 나오느냐의 문제거든요. 그러니 남들이 뭐라건 제게 스타워즈는 명작이예요. 모선에서 로봇이 떼로 내려와 정렬하면 전 거의 울면서 보는 거죠. 루카스를 욕하는 사람한테는 그럼 그걸 모르고 봤냐고 묻고 싶어요. 세련된 대사나 빠른 진행이 있으면 그게 무슨 스타워즈냐고요. -‘세기말’은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정글 스토리’, ‘영혼 기병 라젠카’에 이은 당신의 네 번째 영화입니다. 지금까지 영화음악 작업이 스스로 불만스런 편이었다고 들었는데요. =가요계와 달리 영화는 정교하고 합리적인 절차로 만들어지는 줄 알았는데, 시나리오도 고쳐지고 즉흥적 요소가 많이 끼어들더군요. 사운드트랙이 많이 팔리는 거야 대중 가수로서 제 위상과 관계된 문제고, 영화음악을 했으면 영화음악가로서 부끄럽지 않아야 하는데 얼마나 영화에 타당한 음악이냐는 면에서 확신이 안 서서 괴로웠어요. 한국 영화음악은 속도전에 강한 아티스트만이 가능하다는 점도 힘들어요. -영화음악 그만 하겠다고 말했다면서요. 진담인가요? 앞으로 음악인생 계획은? =제가 제일 짜증나는 게 음악을 수세적 입장으로 만드는 거예요. 세모난 네모이면서 동그라미. 뭐 이런 완벽한 음악을 만들고야 만다는 마음으로 “들어봐 자식들아, 죽이지?”하는, 교만에 가까운 마인드로 음악을 해야 뭐가 되는데 망치면 안 된다 정도 감정으로 쫓기는 처지에 몰리면 원망만 늘죠. 그런데 제가 원하는 제작비와 기간을 보장할 작품은 앞으로 5년 내에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조건이 갖춰지면 계약서 써야죠. 3개월에서 하루라도 빠지면 돈 들고 튄다고. 계획이라면 거대한 모자이크를 한 바늘씩 꿰는 작업을 계속하는 거예요. 지금까지는 그 모자이크의 발가락 끝 정도 보여드렸다고 생각하구요. 만약 이 선에서 제가 전업작가로 버틸 최소한의 제작비와 생활비를 팬들이 안 대주면 저의 스토리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겠죠. 그런 삶도 나쁘진 않아요. 듣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으니. 음악가는 비참한 것이, 아무리 좋은 걸 만들어봐야 남들 만든 것 중에 훨씬 좋은 음악이 많아요. 연기자 신해철, “18년간 쌓아온 카리스마가 무너졌다.”/씨네21 506호 2005년 6월14일 김혜리 기자( ■ 기사 바로가기 ) 신해철은 종종 카메오로 연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가장 화제를 모았던 역할은 2005년 맡았던 MBC ‘안녕, 프란체스카’의 안드레 교주역이었다. -흔쾌히 합류했다고 들었다. <안녕, 프란체스카>를 1회부터 지켜보았나. =TV는 있지만 안테나는 연결하지 않고 사는 집이다. <안녕, 프란체스카>를 알게 된 것은 <고스트스테이션> 청취자들의 추천을 통해서였다. 출연 얘기가 오가면서 1회부터 제대로 구해보았는데 상상보다 더 웃겼다. -앙드레 대교주의 의상은 제작진의 컨셉인가, 당신의 구상인가. =원래 검은 정장만 입고 왔었는데 넥스트의 무대 의상이 가미되고 뱀파이어 망토의 깃이 강조됐다. -<고스트스테이션> 청취자들의 반응은. =“꼴좋다”, “통쾌하다” 쪽인 것 같다. 그러다가 점점 망가짐의 도가 심해지니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하는 연민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번 러닝셔츠만 입고 찍은 다음에는 “노출 연기에 동의한 바 없다”고 작가와 진지한 대화를 나눌까 고려 중이다. -뒤늦게 들어온 식구로서 이미 팀워크가 자리잡은 프란체스카 가족의 텃세는 없었는지. =실력으로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물론 초보 배우로서 겸손한 버전의 대답도 생각해봤지만 그렇다고 겸손하다고 여겨질 나도 아니고, 누가 겸손한 신해철을 원하겠는가. 그럴 바에는 이 방향이 경제적이라고 판단했다). 얼마 전 폭파신까지 찍고 액션배우로 불러주길 주위에 요구한 바 있다. 대역은 없었고 마네킹 한구가 나 대신 불탔다. <닥터 슬럼프> 같은 만화에서 엄청 고생한 주인공들이 “우, 이젠 개그 만화는 싫어”라고 독백하듯 나도 외치고싶다. “우, 이제 개그드라마는 싫어”라고. -첫회 대본을 받고, 오직 “스카”로 일관하는 초반 일련의 대사를 읽었을 때 연기력을 불신당했다는 불쾌감은 없었는지. =‘날 못 믿는군’하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시청자들도 그렇게 생각할 무렵 바로 대본이 엎어치기를 해주지 않았나. 지난주 방영분에는 급기야 앙드레 대사가 한 페이지를 넘겼다. -앙드레 대교주가 된 뒤 체감하는 변화가 있을 텐데. =18년간 쌓아올린 카리스마가 무너졌다. 전에는 아이들 사인 요청은 거의 엄마들이 옆구리 찔러서 보낸 거였는데, 앙드레 이후로는 아이들이 만만히 보고 다가온다. 메신저 회사에서 앙드레 아바타 만들겠다는 제의도 들었다. 넥스트 다음 앨범에는 “보컬-앙드레”로 쓸까 싶기도 하다. -연기자로서 다음 작품은 결정했는지. =그렇다. 남궁연이 찍는 단편영화에 캐스팅됐다. -내년에 <안녕, 프란체스카>가 만약 새로운 시즌으로 재개되면 출연할 것인가. 안 될 경우 2대 앙드레를 추천한다면. =나도 음악 해야지. 2대 앙드레는 싸이가 하면 되지 않을까. -바야흐로 <스타워즈> 시리즈의 종결을 맞이하는 감상은. =한번 코가 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지만, 더이상 조지 루카스의 대사를 영화로 듣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기쁘기 한량없다. 라디오 진행자 신해철, “라디오는 프라이빗한 맨투맨 매체. 가오잡으면 안돼.”/씨네21 475호 2004년 11월2일 박혜명 기자( ■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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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서울 상암동 DM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tvN 이색뉴스쇼 ‘스매쉬(SMASH)’ 녹화현장의 신해철. 검은 색 양복과 검은 색 선글라스, 완장을 찬 세 MC는 바로 가수 김진표, 신해철, 그리고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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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신해철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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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 갖춘 강심장이었다”…신해철 애도 이어져
▶ 서태지 “신해철은 내게 산과 같은 존재” 추도문
▶ 신해철 “내 장례식에서 퍼질 곡”…‘민물장어의 꿈’ 화제
▶ “제발 아프지 말아요”…‘마왕’ 신해철 끝내 지다
▶ 마주한 풍경이 같아 우리 안에 있는 교주, 라젠카 신해철
▶ 서태지는 흉내 못낼 존재를 성찰한 마왕, 라젠카 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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