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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시인을 통해 우리 내면의 일그러진 고독과 불안을 그리는 연극 <하늘은 위에 둥둥 태양을 들고>. 극단 골목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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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자아 ‘조카’ 만들어
존재 의미 묻는 모습 조명 이런 뒤집기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묻는 과정이다. 하지만 심각하지 않다. 모두 장난이고 놀이다. 실제로 장기를 두는 장면에선, 성냥불을 던지면 화공(火攻)이요, 주전자 물을 머금은 뒤 뿜으면 수공(水攻)이 된다. 기발한 상징과 도착적 이미지를 통해, 난해한 식민지시대 모더니스트 이상의 모습이 새로 그려냈다. 관객도 그리 심각할 건 없다. 간간이 터지는 웃음 뒤에, 나름대로 한 줌 의미를 짚으면 그만이다. 박근형 연출은 “동시대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이상의 고독과 권태는 현대인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오는 12월30일 김소월 시인을 다룬 연극 <소월산천>도 올릴 예정이다. (02)6012-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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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인을 통해 우리 내면의 왜소한 소시민성을 마주하는 연극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남산예술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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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억압된 시절 김수영 통해
옹졸하고 치사한 소시민성 그려 연극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김재엽 작·연출)가 다음달 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정치적 자유가 억압된 1950~60년대 김수영을 통해, 21세기 현대인들이 똑같이 느끼는 소시민적 삶을 끄집어 낸다. 50여 년 전 김수영이 느낀 왜소성은 카카오톡까지 들여다보는 정치권력 앞에서 위축된 21세기 소시민의 왜소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재엽 연출은 “김수영의 시는 우리에게 자신으로 살고 싶은 소망을 들여다보게 한다. 우리 안의 김수영을 만나는 순간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다음달 20일 남산예술센터에서 ‘시인들이 좋아하는 김수영 시’ 행사도 진행된다. 심보선, 성기완, 안현미 시인이 나오며 미리 예약해야 한다. (02)758-2150.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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