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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현대춤을 접목시킨 안무가 박순호의 작업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유도>에 이어 오는 13~15일 <활>을 무대에 올린다. 사진 LIG아트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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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박순호 현대무용 ‘활’ 무대
유도 다음은 활이다. 유도가 공격성을 극대화한 사각 매트 위의 격투라면, 활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자신과의 격투다. 안무가 박순호의 최근 작업은 스포츠와 현대춤의 만남에 집중됐다. 지난 4월 <유도>가 춤꾼의 공격성에 관객을 동참시켰다면, 13~15일 서울 역삼동 엘아이지(LIG)아트홀에 오르는 <활>은 자기 내면의 성찰을 육체언어로 세공하고 직조한다. 지난 11일 연습 장면을 지켜봤다. 두 명의 남성 춤꾼이 활을 사이에 두고 ‘블루스를 땡긴다.’ 둘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한다. ‘밀당’이다. 밀당의 주체는 ‘너’와 ‘나’다. 나는 너를 겨냥하고, 너도 나를 겨냥한다. 나는 너의 과녁이 되고, 너도 나의 과녁이 된다. 바로 격투요 대결이다. 이어 활을 없앤 두 춤꾼이 한 몸으로 움직인다. 궁궁을을(弓弓乙乙). 활 궁 자 두 개가 붙은 듯, 새 을 자 두 개가 붙은 듯 일심동체다. 궁궁을을은 <정감록>에 나오는 비결로 난세의 안식처를 뜻한다. 이제 한몸이 된 ‘나’는 ‘너’다. 활과 화살, 궁수와 과녁은 둘이 아니다. 그러므로 2인무는 곧 1인무다. 타자와의 대결이 자신과의 대면으로 바뀌었다. <활>은 스포츠와 춤, 육체와 정신, 타자와 자신의 경계를 위태롭게 배회한다. 그리고 경계의 양쪽에 한 발씩을 두고,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자신의 내면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안무가 박순호는 이번 작품을 통해 ‘활은 자신과의 밀당이며 내면의 성찰’이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그는 판소리와 사물놀이, 농악 등에서 받은 전통적인 영감을 현대적인 동작으로 변환해 왔다. 전통적 가치의 현대적 ‘환전’이다. 이는 박순호 창작의 종잣돈이다. 그는 바둑, 유도 등 엄격한 규칙에서 되레 자유로운 변형을 끌어냈다. 그리고 그것을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교직해 국내외의 호평을 받았다. 바둑·유도 등 스포츠 현대춤으로엄격한 규칙에서 자유롭게 변형 ‘나는 너의 과녁, 너도 나의 과녁’
‘활쏘기’ 2인무 내면성찰의 몸짓
‘유도 춤’ 올리기 전엔 4개월 배워 박순호는 작품을 올리기 전 꼼꼼히 사전조사를 한다. <유도>를 올리기 전에도 매트 위에 땀방울깨나 흩뿌렸다. “유도는 남들이 하는 정도까지는 다 해요.” 그런 시간이 4개월이었다. 이번 <활>에서도 다르지 않다. 국궁(각궁)의 명산지 경북 예천으로 권영학 궁장을 찾아갔다. 궁장은 최고의 활 제작 기술을 가진 장인을 일컫는다. 국궁을 8개월 정도 배웠다. 박순호는 실제 무대에서 활을 쏜다. 이날 연습 공연에서 일곱 발 가운데 다섯 발이 과녁을 맞췄다. “(쇠뿔로 만든) 실제 각궁은 저희가 시위를 당길 수가 없어요. 우리가 쓰는 건 각궁은 아니라 개량 궁이죠. 각궁처럼 모양을 만들어 공연에 쓸 수 있도록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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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박순호의 지난 4월 무대 <유도>. 사진 LIG아트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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