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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파보 예르비. 사진 빈체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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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달 대구·서울서 내한공연
“다른 오케스트라들과 차별화되는 우리 악단의 저력은 민주주의에 있습니다.” 챔버오케스트라(실내관현악단)인 도이치 캄머필을 이끌고 베토벤, 슈만,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완주하며 클래식계에 돌풍을 일으킨 지휘자 파보 예르비(52·사진)는 ‘민주주의의 힘’이 악단의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일본 나고야 현지 인터뷰 때도, 오는 12월초 내한 공연을 앞두고 이뤄진 이메일 인터뷰에서도 한결같았다. 도대체 음악과 민주주의가 어떤 상관관계를 지닐까. “도이치 캄머필은 모든 단원들이 유스 오케스트라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함께 연주해왔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이를 지속하기 위해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거죠. 연주자들 스스로 예술적인 판단과 민주적인 열망에 따라 구성한 악단이기 때문에 매우 창의적이고 개성적입니다.” 그는 단원들이 모든 의사 결정과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자치 시스템(self-governing system)’이 도이치 캄머필을 다른 악단들과 확연히 구분 짓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치 시스템 덕분에 단원들 스스로가 소모된다고 느끼지 않고 주인의식과 애정을 가질 수 있다”며 “이러한 태도의 차이가 예술적인 성취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느린 프로세스’이기에 결정을 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일단 합의가 도출되면 한 방향으로 쭉 밀고 나갈 수 있습니다.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했기 때문에, 신념과 열정을 가지고 임하는 것이죠. 이것이 우리가 발전하는 비결입니다.” “늘 단원들과 눈높이 맞추려 노력나 역시 그들 중 하나이자 가족
주인의식 가지자 성취도 확 올라” 예르비는 지휘자인 자신 역시 단원 중 하나이며, 가족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리허설 때도 단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의견을 들으려 노력한다. “이 부분에서 어떻게 하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겠느냐고 단원들에게 묻곤 합니다. 그러면 모두가 음악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 시작하죠. 연주자가 준비를 마치면 지휘자는 무대에서 외조를 할 뿐입니다. 단 연주하는 순간에는 온전히 음악에 몰두하고 절대 물러설 곳을 남겨두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진 건강한 악단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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