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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1.15 19:26 수정 : 2015.01.15 21:03

용연사 명부전의 통통한 청호랑이. 사진 가천민화박물관 제공

미국 민화 연구자가 70년대 찍은
호랑이 사찰벽화 도판 10점 공개
“사라진 원형 찾을 소중한 자료”

소나무 위 까치를 노려보거나 토끼의 시중을 받으며 곰방대를 문 호랑이의 익살스런 모습은 한국 민화의 대명사다. 지금은 사라져 볼 수 없는 40여년 전 나라 곳곳 절집의 색다른 호랑이 벽화 사진들이 나왔다. 민화학자 윤열수(68·가천민화박물관장)씨는 1974~75년 미국의 민화 연구자 칼 스트롬, 제니퍼 부부가 국내 사찰들을 일일이 찾아가 찍은 호랑이 도판들을 최근 입수해 <한겨레>에 공개했다.

토끼의 시중을 받는 보적사의 담배 피우는 호랑이. 사진 가천민화박물관 제공
공개된 옛 호랑이 벽화들은 10여점. 전남 해남 대흥사, 경북의 영천 은해사와 예천 용문사, 대구 용연사·동화사, 경기 오산 세마대 보적사 등의 전각 나무벽에 그려졌던 것들이다. 윤 관장은 “촬영 이후 중창불사로 벽화가 있던 건물이 아예 사라지거나 새 그림을 개칠하면서 현재는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됐다”며 “사진들은 과거 사찰 민화의 원형을 찾는 데 소중한 자료”라고 했다.

늠름한 몸매를 지닌 은해사 거조암의 호랑이. 사진 가천민화박물관 제공
벽화들은 18~20세기 초 화승들이 그린 것으로 추정한다. 형상이 과장, 왜곡된 민화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기존 민간 민화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구도나 행동을 보여준다. 해남 대흥사 침계루 벽화의 호랑이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나뭇가지에 네발 묶인 채 대롱대롱 매달렸다. 몸통이 휘고 긴 꼬리 또한 말려, 말썽 부리다 부처 앞에서 혼쭐나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은해사 거조암 외벽의 호랑이는 죽 뻗은 우람한 몸매가 한눈에도 위압적이다. 몸을 온통 푸른색으로 뒤발한 용연사명부전의 퉁퉁한 청호랑이와 자신이 피우는 담뱃대를 토끼가 힘겹게 지고 시중드는 보적사 호랑이상은 우스우면서도 정겹다.

칼 스트롬 부부는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왔다가 민화수집가 조자용과 인연을 트면서 민화와 불교, 무속에 심취해 3년여간 국내 사찰 200여곳을 조사한 뒤 귀국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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