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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테콜비츠가 1922~23년 제작한 ‘전쟁 ’연작판화의 일부인 ‘어머니들’. 전쟁 포화의 공포에 짓눌린 채 아이들을 손으로 감싸안은 어머니와 아이들의 절망어린 표정과 자태를 담은 명작이다. 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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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콜비츠 판화’ 대형 회고전 차린
일본 사키마 미술관 사키마 미치오 관장
“그림은 기억을 이끌어내는 힘입니다. 저는 제가 선 땅의 역사를 기억하려고 미술관을 운영해왔습니다.”
일본 평화미술의 본산으로 꼽히는 오키나와 사키마 미술관의 사키마 미치오(69) 관장은 부리부리한 눈매를 빛내며 ‘예술과 기억’에 대한 열변을 토해냈다.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상임이사 한홍구)의 요청으로 20여년 수집한 독일의 민중미술 거장 케테 콜비츠(1870~1938)의 판화 컬렉션으로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대형 회고전을 차린 것도 역사의 기억을 모두가 공유하도록 만드는 예술의 힘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고 했다. 전시에서는 19세기말부터 20세기 1·2차 세계대전 시기까지 콜비츠가 만든 민중판화 50여점과 걸작 조각상 ‘피에타’ 등을 두루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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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단독전시된 콜비츠의 조각 ‘피에타’상. 독일 베를린의 노이에 바흐(평화기념관)’에 전시된 ‘피에타’ 대작이 유명하다. 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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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고통 시달리는 가족 군상 그린
판화 50여점·피에타상 등 두루 선봬 작년 광주 비엔날레 ‘홍성담 사태’로
항의성명·철수하려다 일부 전시도
“이제야 온전히 작품 의미 살려 기뻐” “콜비츠는 전쟁터의 비참을 직접 묘사하지 않습니다. 자식 잃은 어머니의 슬픔, 가족들의 공포를 담으면서 전쟁을 본질적으로 비판하지요. 평화박물관은 애정을 갖고 작품 배치 등에서 배려를 해줬습니다. 작은 피에타 조각상을 1층 독립공간에 놓은 것도 좋았어요. 사실 지난해 광주 전시는 너무 충격이 커서…” 그의 말대로 출품작들은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달콤한 이슬’에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함께 내려던 홍성담 작가의 대통령 풍자 작품 전시를 광주시가 거부하면서 빚어진 사태들은 사키마 관장에게 상처와 모멸감을 안겨주었다. “2000년 광주비엔날레 때 5·18의 아픔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래서 특별전에 출품요청에 응했던건데, 홍 작가 전시가 무산되면서 오키나와와 광주의 민중을 예술로 잇는 계기가 되리란 기대도 깨졌어요. 항의성명을 냈고, 철수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콜비츠가 나치 탄압을 받던 시기에도 ‘예술가로서 손을 내뻗치겠다’고 다짐한 것을 떠올리면서 전시는 계속하기로 했지요. 서울에서나마 온전히 콜비츠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살릴 수 있게 돼 기쁩니다.” 80년대말부터 수집한 그의 콜비츠 컬렉션은 “대학 때 중국 문호 루신을 존경해 20~30년대 루신이 낸 잡지들을 탐독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30년대 <북두>란 잡지에 콜비츠 판화 <희생>이 실린 것을 보았는데, 루신의 설명글을 읽으면서 작가를 알고 싶어 수집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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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 ‘어머니들’ 앞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사키마 미치오 관장의 모습. 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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