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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장기공연 연극 ‘어머니’ 손숙
자식에게도 어머니, 연극에서도 어머니였다. 어머니 배역을 맡았을 뿐 아니라 ‘연극계의 대모’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연극 <어머니>를 ‘손숙의 어머니’라고 불렀다. “연극 이름 앞에 제 이름이 들어간다는 건 배우로서 정말 큰 영광이지요.” 15년 세월 앞에 50대 배우는 70대가 됐다. 손숙은 16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어머니 15주년 기념공연’을 계속한다. 최근 분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손숙은 도회적이고 지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그런 선입견을 벗고 고난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헤쳐온 억센 사투리의 ‘어무이’로 거듭났다. 이윤택 연출은 그의 어머니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작품을 썼다. 손숙은 “이 연극은 한 시대 전 우리 어머니의 일생을 그린 것으로 가족사, (나라의) 역사를 담았어요”라고 했다. 배우의 몸을 통과한 어머니의 일생은 다시 관객의 몸을 통과하며 강물처럼 가슴을 적셨다. 어머니들도 아버지들도 아들딸들도 울었다. ‘손숙의 어머니’ 15년은 현대사를 관통하는 ‘눈물의 집단제의’였다. 이름 황일순. “여자가 무슨 공부냐”라는 아버지 탓에 이름 석 자도 못 쓰는 까막눈, 벙어리 냉가슴이었다. 첫사랑은 징용 가서 뼛가루로 돌아왔고, 그 사이에 난 아이도 전쟁통에 배 곯아 스러졌다. 억지 결혼한 남편은 바람기가 동지섣달 같았다. 어머니는 가슴에 아이를 묻고 뼛가루를 신주단지에 담아뒀다. 50대에 시작해 어느새 70대도회적 이미지가 억척 ‘어무이’로
‘일자무식’ 황일순 신산한 삶에
관객도 배우도 ‘눈물의 집단제의’
“후배 방해 안 된다면 계속 무대에” 연극의 마지막, 초망자굿 장면에서는 아이의 영혼을 배에 실어 보낸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4월16일)이 난 다음달엔 제가 공연을 못 할 뻔했어요. 아이들이 생각나 너무 힘이 들어서…. 배우들도, 참, 많이 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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