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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노을의 10주년 기념작 <보이첵>은 약자를 집요하게 공격하는 인간 사회의 폭력성을 고밀도로 그려낸다. 불륜녀로만 치부했던 보이첵의 아내 마리를 가장 약자로 보는 새로운 해석도 눈에 띈다. 여기에 인건비를 출자방식으로 계약하는 제작방식의 실험도 주목할 만하다. 극단 노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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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노을’ 10돌 기념 연극 ‘보이첵’
권력에 시달리다 동거녀 죽이는
‘사회적 약자’ 말단 소총수 보이첵
이번 작품선 동거녀가 가장 ‘약자’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보이첵 그려
내용적 실험에 제작방식도 바꿔
최저생계비 기준 표준인건비 첫 적용
한 편의 연극에 두 편의 실험이 담겼다. 극단 ‘노을’의 10주년 기념작 <보이첵>이다. 하나는 내용적 실험, 하나는 제작방식의 실험이다. 두 실험 모두 또 다른 10년을 내다보는 극단의 미래를 가늠할 지표다.
<보이첵>은 19세기 초 독일의 요절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1813~1837)가 내연녀를 살해한 실존인물을 소재로 썼다. 약자를 집요하게 공격하는 폭력성을 고밀도로 그려낸 이 작품은 연극·영화·오페라는 물론,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뮤지컬로도 무대에 올랐다. 등장인물들은 말단 소총수 보이첵을 끊임없이 조롱하고 괴롭힌다. 의사는 보이첵을 생체실험의 도구로 삼고, 중대장은 보이첵에게 불법적인 일을 강요하며, 남성적인 매력을 지닌 군악대장은 보이첵의 동거녀 마리를 범한다. 결국 착란증세까지 보인 보이첵은 마리를 죽인다.
이때까지 작품들에서 그려진 보이첵은 권력에 짓밟힌 가장 약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륜녀 마리가 가장 약자다. 가히 ‘마리의 사면복권’이라 부를 만하다. 이것이 이 연극의 ‘첫번째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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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첵>의 한 장면. 극단 노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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