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 ‘거짓말의 거짓말…’
허구·착시로 상상력 더하거나
이미지의 돌출적 부각 통해
상상력 단지로서의 사진 증명
“사진이란 허가증 같은 거다. 원하는 데는 어디든 갈 수 있고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으니까.”
미국의 지성으로 추앙받은 비평가 수전 손택(1933~2004)이 명저 <사진에 관하여>에서 남긴 독설은 현대사진의 정체성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진단이라 할 만하다. 지금 시대는 사진을 찍기보다는 난사한다는 말이 걸맞다. 사람들은 ‘디카’를 들고 닥치는 대로 이미지를 사냥하고, 포토샵으로 색감과 배경을 주무른다. 넘쳐흐르는 디지털 사진들은 세상 사물들을 다 갖고 싶다는 소유욕의 강박적 발현이다. 이젠 사진이 현실의 객관적 기록이란 통념을 말하기조차 머쓱해졌다.
손택이 말하듯 “사진이 세계를 백화점이나 벽 없는 미술관으로 뒤바꿔 놓아 버렸다”면, 찍는 행위로 승부를 거는 사진가들이나 사진 이미지들을 그러모아 작품을 만드는 미술가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지난달 23일부터 서울 토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거짓말의 거짓말: 사진에 관하여’전에서 이 물음에 대한 작가들의 고민과 응전을 본다. 사진을 활용해 작업하는 국내 주요 작가 18명의 작품들이 허구와 착시, 설치 등을 통한 사진의 다채로운 상상력을 풀어놓는다. 원래부터 거짓말 잘하는 장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미술관 쪽 의도와 다르게, 출품작들은 전시의 명제를 슬그머니 뛰어넘거나 우회한다. 사진 또한 소설처럼 허구를 엮어 사람들 마음을 어루만지고 시대와 역사의 진실을 옮겨내는 장르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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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황규태씨의 출품작 ‘우라놀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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