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여성 노동자의 소외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으로 베네치아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받은 임흥순 작가가 9일 열린 시상식 무대에서 트로피를 든 채 웃고 있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임흥순, 베네치아 비엔날레 ‘은사자상’…국내 작가 중 첫 영예
아시아 여성노동자들 소외된 삶 포착한 장편 다큐 ‘위로 공단’
“40년 동안 봉제공장 시다로 일한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 담아”
40여년 봉제공장에서 ‘시다’(보조공)로 삶을 소진한 어머니는 가난한 미술가가 되고 싶다는 아들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일러준 그의 말은 아들의 뇌리에 강렬한 울림으로 남았다. 그림에서 영상·공동체 미술로, 독립 다큐멘터리영화로, 예술가의 가시밭길을 스스로 걸어간 아들의 인생을 어머니는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해주었다.
그렇게 어머니의 삶을 품고 성장한 다큐예술가가 세계를 울렸다. 최고 권위의 국제 미술제인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에 아시아 여성 노동자들의 삶 이야기를 담은 장편 다큐 <위로공단>을 출품해 9일 국내 작가로는 처음 은사자상을 받은 임흥순(46) 작가다. 임 작가는 “내 영화는 40년 동안 시다로 일해온 어머니와 백화점·의류 매장에서 40살 넘어까지 일하며 뒷바라지해준 여동생의 삶에서 전적으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털어놨다.
2년여간 작업한 <위로공단>은 노동의 고통과 직접 대면했던 가족의 체험을 바탕으로 아시아 여성 노동자 20여명과의 인터뷰와 투쟁 현장 등을 풀어낸 95분짜리 장편 다큐영화다. 영화는 캄보디아 공단에서 벌어진 노조원들에 대한 경찰과 군의 폭력적인 진압 장면으로 시작된다. 한국과 동남아의 의류공장, 마트·콜센터 등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소외된 삶과 그들이 간직한 꿈과 좌절을 나직하게 이야기한다. 내레이션이 없지만, 말하면서 눈가에 물기를 비치는 노동자들의 모습과, 사이사이 공단촌 하늘의 서정적인 풍경,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는 동남아 공단 노동자들의 스펙터클한 영상과 역사적 사건 등의 이미지를 함께 엮어 ‘팩트’에 대한 교감을 증폭한다.
“나를 도와준 어머니와 동생에게 고마움을 전하려고 시작한 작업입니다. 노동과 삶, 일상은 예술과 항상 함께라는 것도요. 이야기나 이미지가 쉽고 강렬하지 않았나 해요.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과 말들이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적 부분도 있었고, 그런 점이 심사위원들에게 다가갔던 것 같습니다.”
|
임흥순 작가의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의 한 장면.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