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 개관 70돌 기념전
이 보배로운 구슬덩이와 휘어진 가지를 신라 장인은 어떤 일념으로 빚어냈을까. 처음 선보인 사천왕사터 금동장식의 유려한 곡선들이 진열장에서 묻고 있다. 1936년 출토됐다는 장식 조각들 일부엔 ‘동탑서’(東塔西: 동탑의 서쪽)란 신라인의 글씨도 새겨졌다. 지금도 남아 있는 경주 낭산 기슭 절터 목탑의 자취와 탑터 기단에서 나온 섬세한 신장들의 소조상이 떠오른다. 이 구슬 몽우리와 가지는 1300여년 전 동탑의 어느 부위를 수놓았을까. 나라 지키는 용이 되겠다던 문무왕의 절 감은사터 금동장식 또한 옆에서 공상을 부추긴다. 이 장식의 꽃술과 연꽃봉오리는 사찰의 어디에 붙어 선왕의 혼을 달랬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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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여년전 신라인 3명의 자태를 새긴 경주 황룡사터 출토 인물 무늬 벽돌. 머리에 깃털 모양의 조우관을 쓰거나 상투를 맨 모습이다. 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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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관총 등 고분 황금유물에다
신라 대외교류상 보여주는
장식보검이나 뿔잔 등 눈길
미지의 미공개 발굴품들 볼만 불가사의한 상상을 일으키는 신라의 미공개 유물들이 경북 경주시 인왕동 국립경주박물관에 나왔다. 7월 중순 시작한 개관 70돌 기념전 ‘신라의 황금문화와 불교미술’이 그 자리다. 올여름 국내 최고의 수작 전시로 꼽히는 이 기념전은 볼거리는 물론, 학술적으로도 숱한 담론들을 머금은 신라 문화사의 화려한 재발견에 다름아니다. 기획진인 이영훈 관장과 허형욱 학예사는 20세기 이래 신라 문화를 재발견한 후대의 발굴, 연구사를 중심으로 신라 문화사의 걸작들을 재배치했다. 금관총, 황남대총, 천마총을 비롯한 고분 유물들과 무인석 같은 이국적 문물들은 유명한 수작들이지만, 신라 문화의 관념이 형성된 근대역사의 맥락를 좇은 전시 속에서 새 울림을 얻었다. 전시를 황금문화, 능묘, 대외교류, 왕경, 불국토의 다섯 부분으로 나눈 것도 이런 흐름에 따른 것이다. 사천왕사, 황룡사, 인용사 등 고찰 등에서 나온 미지의 발굴품들도 첫선을 보이면서 유물들마다 내력과 해석을 놓고 다기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얼개가 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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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있는 부처상을 사면에 새긴 9세기께의 통일신라 석탑 몸돌. 경주 외동읍 절터에서 경주경찰서로 옮겨 보관해왔다. 서있는 부처상을 새긴 것은 경주권 석탑만의 특징이다.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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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고교에 전해져온 9세기께의 석조무인상. 험상궂게 부릅뜬 큰 눈과 머리 띠 등의 윤곽이 괘릉 무인상과 닮아 왕릉을 지키는 서역계 무인상으로 추정된다.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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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경주 사천왕사터에서 나온 보주 달린 금관장식들. 일부 조각편에 ‘동탑서(東塔西)’라는 글자가 새겨져 절의 동탑 서쪽에 붙은 장엄물의 일부였던 것으로 보인다. 출토된지 79년만에 처음 공개되는 유물이다.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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