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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님, 그가 불러 동영상으로 올린 노래만 125곡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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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르포] 스튜디오 옥탑방, 촬영감독 갈빗집 아저씨
메이크업 열성팬, 반주 노래방 기기
서울 영등포구 문래1동 ‘우리돈’ 숯불갈비집 건물 옥탑방. 지난 16일 오후 5시께, 철물점만 빼곡한 동네는 고요했다. 그 시각 가수 강달님(본명 위수진)은 거울 앞에 앉았다. 그의 소속사 홈런기획의 최종기(33) 사장은 감자가 들어있는 냄비며 소파를 치우느라 부산을 떨었다. 최 사장이 숙식을 해결하는 10평 남짓 공간은 스튜디오로 변신 중이었다. 그곳에서 거창하게 말하면 뮤직비디오, 깨놓고 보면 노래동영상 10개가 2시간이면 뚝딱 만들어질 참이다.
“팬은 몇명”이냐고 강달님에게 물었더니 “248명”이라고 끝자리까지 답했다. 그대로 포털사이트 다음에 있는 강달님 카페(cafe.daum.net/wsj8149) 회원수다. 그는 회원들이 신청한 ‘성인가요’들을 한달에 한두번 모아 부른다. 이 동영상을 카페에 올리면 회원들이 컴퓨터로 본다. 물론 무료지만 회원 가입을 해야 볼 수 있다. 5월부터 시작한 녹화는 이날로 8번째를 맞았고, 125번째 노래가 기다리고 있다.
이 ‘초고속 저예산 영상물’은 정예 부대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우리돈’ 숯불갈비집 주인 최인환(39)씨가 촬영감독이다. 최씨의 작은 캠코더는 고정돼 있다. 버튼으로 피사체를 끌어당기거나 밀거나 할 수 있을 뿐이다. “윗층으로 이사온 최 사장이 식당에서 밥 먹다 ‘국내 최초로 노래 동영상을 카페에 올리고 싶다’고 해서 같이 하게 됐어요. 영상 찍고 편집하는 게 취미였거든요. 나훈아 팬이기도 하고요.” 이말 듣던 최 사장은 연방 “우리가 이사는 잘 왔지”라고 추임새를 넣었다. 그 곁에서 이리저리 물건을 나르는 김웅기(53·대림동)씨는 촬영 때마다 아이스크림을 사온다. 검은 봉투에 담긴 ‘붕어싸만코’는 녹아가고 김씨는 자신의 음악 취향을 설명하느라 바쁘다. “노래는 역시 백설희, 이난영 정도는 돼야 하죠. 달님의 목소리는 호소력이 있어요.” 화장을 맡은 열성팬 이경숙씨는 이날 색다르게 연출해보려고 댕기머리를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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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기획’이 들어선 건물 1층 우리돈 숯불갈비집 주인 최인환씨가 촬영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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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더 뒤로 강달님의 팬들이 앉아 노래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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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남의 노래만 10곡 내리 불렀지만 강달님도 앨범이 있다. 부산에서 여기저기 노래자랑에 나갔다가 발탁돼 속담 메들리, 사투리 메들리를 불렀던 게 1990년이다. 그가 20대 후반이던 1992년 <님 실은 페리호>라는 앨범을 내놨는데 이듬해 “위도에서 페리호가 침몰하는 바람에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부곡하와이 전속 가수를 거친 뒤 1집에 ‘사랑의 끈’ 등 2곡 보태 2002년 2집을 선보였다. 11월 중순엔 여기에 ‘돌아올 수 없나요’라는 노래를 끼워 3집을 만들 계획이다. “히트곡 하나 갖는 게 소원이에요. 밤무대는 못 뛰어요. 차도 없고 이름도 없어서. 문화센터 노래 교실 같은 데 찾아 다니며 홍보하죠.” “강달님의 노래야말로 영혼을 울린다”고 믿는 최종기 사장도 트로트 언저리를 맴돌며 반평생을 보냈다. “1970년대 앨범 2~3개 냈는데 잘 안됐어요. 낮에는 오아시스레코드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노래 연습을 했죠.” 그의 회사엔 강달님을 비롯해 가수 3명이 소속돼 있다. “누가 이렇게 찍고 싶었겠어요. 얼굴을 알릴 길이 없으니 하는 수 없지….” 아이디어는 최 사장의 것이되 이를 가능케한 ‘마이더스의 손’은 최인환씨로 편집까지 오롯이 그의 몫이다. “원래는 현수막만 치고 찍었거든요. 어느 날 일기예보 보다가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푸른 천을 치고 뒤로 동영상을 흐르게 했죠. 노래, 가수, 회원들 반응도 좋으니까 뿌듯해요.” 뒷 배경을 무엇으로 할지는 그의 엿장수 맘이다. 카운터 보면서 쉬엄쉬엄 편집해 올리는데 하나당 20분 정도면 충분하다. 이날 ‘해바라기꽃’에는 최씨가 홍도 여행 갔다 사온 관광용 비디오 장면들이 ‘맥락 없이’ 흘렀다. 강달님의 요청으로 특별히 해바라기 사진도 잠깐 넣었다. “이것도 창작이고 예술인데 스튜디오가 좀더 넓고 카메라도 좋은 걸로 찍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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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홈런기획’ 사무실에서 가수 강달님이 노래 동영상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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