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01 22:15
수정 : 2016.07.01 22:15
화가 김정헌이 본 로이터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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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보도사진전에 나온 최루탄을 맞고 피 흘리며 쓰러지는 고 이한열의 모습을 찍은 사진. <로이터>의 정태원 사진기자가 1987년 6월항쟁 현장에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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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사진을 보면 나는 순간적으로 놀랄 때가 많다. 어떤 때는 기이한 이미지와 사건에 놀라고 어떤 때는 우리가 사는 지구라는 행성의 특이한 모습들에 놀란다. 화가인 내가 많은 그림을 볼 때와는 사뭇 다르다. 아마도 사진은 순간적으로 세상에 사는 인간들과 사물을 담아내기 때문에 그것을 대하는 관객으로서 나의 감정도 순간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일 것이다.
니체 같은 철학자는 이 세상과 사물들은 이미 도덕적으로 해석되어 있다고 한다. 이 해석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도덕적으로 잘 짜인 그물에 갇힌 신세들이다. 그러나 권력자들에 의해 해석되고 짜인 세상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요동치고 균열한다.
이 요동치는 세상에 보도사진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셈이다. 찰나적인 개입을 통해 관객에게 제2차적인 해석을 유도한다. 그래서 이 보도사진들은 관객들에게 세계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상상력을 자극하게 된다. 그들만이 아닌 우리들의 새로운 해석과 상상력을 위해서 말이다.
1987년 군부독재 시절 치열한 시위 현장에서 찍은 정태원씨의 이한열 열사 사진을 보자. 그 당시 이 사진을 보고 충격받지 않은 시민이 어디 있었겠는가. 이 한 장의 사진은 시민들에게 폭력의 정부를 끝내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만들었다. 이 사진에 의해 나도 나중에 그림을 그렸지만 그 당시 최병수의 주도로 연세대에서 ‘한열이를 살려내라!’라는 거대한 걸개그림이 완성되고 시위 현장 곳곳에 걸린 것이다. 이러한 보도사진 한 장이 6·10항쟁이라는 시민들의 거대한 저항을 이끌어냈고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화를 진전시킨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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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화가·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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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진전에는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폭력에 저항하는 보도사진들과 함께 우리가 사는 지구라는 행성의 아름다운 모습과 다양한 삶의 모습도 담아내고 있다. 이런 사진들을 보면서 우리는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밝은 상상력으로 우리의 미래를 꿈꿀 수도 있을 것이다.
김정헌/화가·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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