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05 11:39
수정 : 2016.08.12 15:55
로이터사진전 이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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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15일 이라크 바쿠바 근처에서 한 이라크 남성이 자동차에 폭발물을 싣고 있다는 혐의로 체포돼 눈이 가려진 채 차 안에 있다. 차량 밖에 미군 병사가 서 있다. 이날은 사담 후세인 정권 몰락 이후 이라크 새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된 날이다. <로이터>의 호르헤 실바 촬영. 로이터사진전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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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를 통해 현실을 한 번 걸러낸 것을 사진이라 하고 예술이라 한다. 사진가는 사진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겸손하게 세상을 찍는다 할지라도 사진에는 사진가의 주관과 해석이 깃들기 마련이다. 따라서 사진은 아무나 찍을 수 있지만 누구나 다 사진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뉴스 현장에서 또다시 뉴스를 찾아내는 것이 사진기자의 몫이다. 그가 잡아낸 것을 우리는 사건의 핵심이나 본질이라 하고 더 나아가 진실이라고 부른다.
여기 두 사람이 있다. 이 사진이 전하는 일차 뉴스는 ‘미군에 체포된 이라크인’이라는 것이다. 한 사람은 헬멧에 방탄조끼를 입고 서 있는 미군이고 다른 한 사람은 손이 뒤로 묶이고 눈이 가려진 이라크인이다. 사진기자는 빨간색 자동차 문틀로 두 사람을 갈라놓고 대비해 보여준다. 그렇지만 둘은 각기 안과 밖을 지향하면서도 동시에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다만 한 사람은 볼 수 있고 한 사람은 볼 수 없다는 것이 다르다.
이 사진에서 눈길을 거둘 수 없었던 것은 사진기자의 외침이 사진 속에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첨단장비로 완전무장한 미군과 무방비 상태로 가슴을 풀어헤친 이라크인의 현실이 대비되면서 전쟁의 무모함과 강대국의 횡포를 일목요연하게 말하고 있다. 이 사진은 전쟁의 이면과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의 모든 전쟁 사진은 반전 사진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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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상 눈빛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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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사진의 역사는 광장에서 벗어나 밀실을 지향해왔다. 역사적 사건 현장보다는 역사의 질곡에 휘말린 개인의 절망과 비애에 초점을 맞춰온 것이다. 로이터사진전에서는 사진이 어떻게 그러한 궤적을 밟아왔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세계 사진사가 압축된 전시장을 돌고 돌아 출구를 빠져나오니 그 끝 광장에 아직 세월호와 사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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