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29 14:42
수정 : 2016.08.29 21:21
스웨덴 학자가 1936년 촬영
당시 대사 채록했던 임석재가
1969년 영상의 일부 입수
31일 학술대회와 함께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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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공연된 봉산탈춤의 사자놀이.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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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8월 31일 황해도 봉산군 사리원읍. 음력 7월 15일 백중날을 맞아 봉산탈춤이 한판 거하게 벌어졌다. 부채를 든 촌로에서부터 까까머리 학생까지 귀를 쫑긋 세웠다. 가마니 위에 앉은 악사들이 해금, 피리 등 삼현육각을 연주하자, 사자놀이, 양반놀이 등이 차례차례 마당으로 불려나와 한껏 흥을 돋웠다.
낮 공연은 조선총독부 관방문서과에서 활동사진으로 촬영했고, 밤 공연은 경성방송국에서 자정까지 전국에 생중계했다. 스웨덴의 탐험가이자 조류학자 스텐 베리만(1895~1975)은 이 장면을 16mm 영상에 담았다. 총독부 필름은 아직 찾지 못해 일제강점기의 봉산탈춤 영상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자료다. 2년간 조선에 머문 베리만은 1938년 100여 장의 사진과 함께 조선 여행기를 책으로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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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공연된 봉산탈춤의 양반놀이.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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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현장에선 1세대 민속학자 임석재(1903~1998)가 봉산탈춤의 공연 대사를 채록했다. 그의 채록본은 지금까지 탈춤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다. 임석재는 “이윤화씨는 50세 되는 영감님으로 대사를 말하면서 흥이 나가지고 앉았다 섰다 하면서 춤을 추며 이야기 한 기억이 난다. 이 연희자들은 각기 특정 역을 맡아 했지만 자기 배역뿐 아니라 남이 한 배역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두루두루 대사를 말해주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임석재는 1969년 스웨덴에서 베리만의 후손으로부터 영상의 일부인 5분 분량을 입수했다. 1936년으로부터 딱 80년이 지난 이달 31일, 당시 영상을 바탕으로 봉산탈춤을 재연한다.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서도식)이 서울 강남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올리는 <1936 봉산탈춤> 공연이다. 임석재의 딸 임돈희 학술원 회원이 영상을 공개해 성사됐다. 공연에 앞서 봉산탈춤의 역사적 가치를 짚어보는 학술회의도 열린다. 조동일, 서연호, 채희완, 박전열, 김인회, 최인학 등 민속학의 스타급 학자들이 대거 참여해 봉산탈춤의 역사적 의미를 톺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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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공연된 봉산탈춤의 반주를 맡은 삼현육각 악사들.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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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제17호인 봉산탈춤은 황해도 전역에서 전승된 탈춤으로, 춤사위가 활발하고 경쾌한 점이 특징이다. 학술회의는 무료로 참가할 수 있으며, 공연 관람료는 2만원이다. (02)3011-1720~1.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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