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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앞두고 5일 내한공연…슈베르트 가곡의 대가 “죽음에 대한 그리움 담긴 ‘겨울나그네’ 가 가장 매력적”
독일 리트(가곡)의 전설 페터 슈라이어(70)가 한국 팬들을 위해 고별 독창회를 연다. 그는 오는 5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송어’ ‘들장미’ 등 한국 청중들이 가장 사랑하는 슈베르트 가곡 20여곡으로 이별의 성찬을 꾸민다. 1993년에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전곡으로 첫 내한 공연을 한 뒤로 95년에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전곡을 노래했고, 2003년에는 다시 <겨울나그네>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던 그였다. 서정성이 넘치면서 지적인 ‘리릭 테너’로 평가받는 슈라이어는 독일 리트가 가진 운율의 아름다움과 문학적 향기를 표현할 줄 아는 가수이다. 전세계 순회 은퇴공연으로 유럽을 여행하고 있는 그를 전자우편으로 만났다. 그는 한국 청중들에게 “한국에서 독창회를 다시 하게 되어 기쁘고 기다려진다”면서 “전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한국의 성악가들에게도 존경의 뜻을 표한다. 거기에 대해서 한국인들은 큰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인삿말을 전했다. -네번째 한국 연주회인데 한국 무대에서 느끼는 감정은? =한국들은 무엇보다도 열정적이다. 그러면서 또한 항상 대단한 집중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유럽의 이탈리아 오페라 관객들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 리트를 전문적으로 부르게 된 동기는? =내 테너로서의 삶에는 음악에 전통을 두고 있는 나의 환경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나는 8살 때부터 요한 세바스찬 바흐와 함께 자라왔다. 이것은 나의 음악적인 감성에 아주 강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독일인으로서 리트에서 느끼는 감동은 남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리트를 직접 불러서 더 많은 사람에게 리트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었다. -슈베르트 리트의 매력은?=프란츠 슈베르트는 ‘보리수’, ‘들장미’ 등의 예처럼 그의 예술가곡에서 민요와 가곡의 독창적인 공존을 이루어낸다고 생각한다. 또 그는 가곡 속에 다양한 색깔과 역동적인 형태를 동시에 표현해내었다. 슈베르트의 가곡을 노래할 때는 이 점에 집중하고 있다. 슈베르트의 연가곡 중에 나는 <겨울나그네>를 사랑한다. 그 이유는 격리된 음악형식과 죽음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있는 가곡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목소리 관리 비결은? =체력관리가 중요하다. 자전거 타기나 걷기 등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다. 무엇보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목소리 관리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뛰어난 리트 가수가 되는 데 필요한 것은? =물론 타고난 목소리와 음악성도 중요하겠으나 각 리트가 가진 감흥을 살려낼 수 있는 이해력과 해석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함께 내한하는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슈말츠와 호흡이 잘 맞는지? =나는 여러 반주자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마다의 음악 해석이 다 달라서 충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작업 속에서 주고 받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곧 은퇴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은퇴 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이번 가을 내한 무대는 전세계 순회 은퇴 공연의 일환이다. 은퇴 후에는 시간적인 압박이나 스트레스 없이, 지휘자로서 연주회를 가지면서, 가능하다면 내 남은 여생동안 건강을 유지하면서 안정된 삶을 살고 싶다. -한국 고별 독주회 이후 앞으로의 일정은? =바하 작품을 자주 지휘한다. 10월에는 성탄절을 위해 독일 제2 텔레비전인 체데에프(ZDF)에서 방영될 ‘성탄절 오라토리움’을 녹화했다. 앞으로 지휘를 더 할 계획이고 내년 1월에는 독일 드레스덴에 있는 프로테스탄트교회에서 연주가 있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쥬피터’, 작품번호 551>과 칸타나 <회개하는 다윗, 작품번호 469>를 연주할 예정이다. 1935년 옛 동독의 가우나니츠에서 태어나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며 1963년에 옛 동독 최고 명예인 궁정가수에 오른 슈라이어는 독일 리트의 위대함을 전해준 최후의 가수로 불린다. 그동안 바리톤 가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겨울 나그네>가 그에 의해 테너를 위한 작품으로 재조명되었으며,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백조의 노래> 등과 함께 슈베르트 3대 가곡집이 그의 대표 레퍼토리로 손꼽힌다. 그는 가곡와 오페라 뿐만 아니라 바흐의 종교곡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특히 <마태 수난곡>이나 <요한 수난곡>의 에반젤리스트(복음사가) 역에서는 지금도 그를 능가하는 성악가가 없다고 한다. 죽기 직전 한 번 큰 울음을 운다는 백조처럼 이 세기의 거장이 부르는 마지막 백조의 노래가 기다려진다. (02)541-6234.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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