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03 16:31
수정 : 2016.11.03 21:41
‘천변카바레’ 4~27일 동숭홀서
시골 출신 배호 모창가수 통해
1970년대 물질만능 사회 탐색
8인조 밴드 옛 클럽음악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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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뮤지컬 <천변카바레>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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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그대 오기만 기다려봐도~” 8인조 캄보밴드가 뿜어내는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잔’이 빵빵하게 무대를 뒤흔든다. 빨간색, 감색, 노란색 짧은 치마에 반짝이 상의를 입은 4인조 여성 댄서가 골반을 야릇하게 비튼다. 한 댄서는 남자 댄서의 겨드랑이께에 발을 턱 걸친다. 갑자기 맥주병이 무대로 날아든다. “도대체 배호는 언제 나오는 거야!” 반짝이는 네온 아래 흔들리는 춤과 음악, 게슴츠레한 눈의 남녀와 술주정,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일렁이는 1960~70년대 카바레 모습이다.
3일 오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1960~70년대 카바레를 재현한 뮤지컬 <천변카바레> 공연팀이 다음날 첫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중이다.
시골에서 상경해 노동자, 웨이터, 배호 모창 가수로 변신하는 주인공 춘식은 1960~70년대 물질 만능주의가 판치는 서울의 이면을 무대로 불러낸다. 춘식과 주변 인물의 사랑과 배신, 웃음과 눈물의 드라마가 클럽음악과 현란한 춤과 얼크러진다.
“사랑이라면 하지 말 것을/ 처음 그 순간/ 만나던 날부터/ 괴로운 시련 그칠 줄 몰라~” 배호 모창가수(고영빈)가 등장해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랑’을 뽑는다. 무대 정면 2m 상단에 걸린 홀로그램엔 배호의 모습을 재현한 영상이 비친다.
바닥을 밀대로 닦던 춘식은 하소연을 한다. “기술을 배우려고 서울로 왔어요. 공장에 취직했다가 동료 손가락이 잘리는 걸 보고 그냥 나와버렸어요. 막상 나오니까 갈 데가 있어야죠. 그런데 시골로 내려가기 전에 배호 얼굴이나 한번 보려고 카바레에 왔다가 ‘웨이터 촬스’가 됐네요.”
2010년 두산아트센터 초연 때 전석 매진을 기록한 뮤지컬 <천변카바레> 이번 공연의 새로운 주인공은 고영빈이다. 일본 극단 사계 출신으로 <바람의 나라> <프리실라> <마마 돈 크라이> 등의 뮤지컬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뽐냈다. 고영빈과 함께 더블 캐스팅된 최형석은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밴드다. 바로 “영혼을 변주하는 천변밴드”를 내세운 ‘소울트레인’이다.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로 1960~70년대 클럽음악을 세련되게 재현하며, 이번 공연에서는 기존의 6070 히트곡 넘버 외에 자신들의 자작곡을 추가했다. 이날 연습에서 소울트레인은 색소폰, 트럼펫, 트럼본과 함께 키보드, 기타, 드럼으로 6070 클럽음악을 재현했다. 1930년대 재즈 시대를 풍미한 빅밴드가 14인조 이상 대편성이라면, 캄보밴드(cambo band)는 5~8인조 소편성이다.
조연들도 만만찮다. 멀티맨 정운은 엠시(MC), 웨이터, 음반사 사장 등의 역할을 넘나들고, 뻘시스터즈를 맡은 하미미와 최정은은 춘식의 첫사랑 순심과 섹시한 카바레 여가수 미미 등 일인다역을 소화한다.
천변카바레는 시리즈 뮤지컬로 월북작가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에서 이름을 따왔다. 시리즈 전작 <천변살롱>과 마찬가지로 평론가 강헌과 방송작가 박현향이 대본을 쓰고,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 조용필, 비, 박진영 등의 콘서트를 감독한 김서룡이 연출을 맡았다. 4~27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02)546-7842.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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