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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춤추는 듯한 자유로운 느낌의 서촌 옥상도를 그려내기는 힘들다. 춤추는 내 모습을 찍은 사진을 이리저리 잘라 옥상도 위에 놓아 보며 놀다가, 이것도 재미난 그림이 되겠다 싶어졌다. 가로 그림: 서촌 옥상도 36, 2017년 5월, 펜&콜라주, 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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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1%%] [토요판] 김미경의 그림나무
⑪ 춤, 춤, 춤
며칠 전 어떤 모임에서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데, 진행자가 ‘나는 요즘 ○○○에 꽂혀 있다’는 걸 꼭 집어넣어 말해달란다. ‘요즘 내가 꽂혀 있는 거? 옥상인가? 꽃인가? 인왕산인가? 아하 그 남자?’ 내 순서가 돌아올 때까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무릎을 탁 쳤다. ‘길거리에서 춤추기!’ 내가 요즘 꽂혀 있는 건 바로 길거리에서 춤추기다. 아무데서나 춤추기! ㅎㅎㅎ
단단히 났다. 춤바람이. ‘장바구니 들고 카바레로!’가 아니라, ‘화구가방 메고, 산으로, 들로, 도로로!’다. 미국 살 때 라인댄스를 열심히 추던 한 친구가 행복해지고, 건강해지고, 예뻐진 모습이 보기 좋아, ‘언젠가 나도 춤을 배워야지!’ 생각했지만, 이렇게 센 늦춤바람이 날 줄은 몰랐다. 춤을 배우고 춘 지는 4년째지만, 길거리에서, 산에서, 들판에서, 추기 시작한 건 최근이다.
‘도시생활 속에서 거세되어 버린 자연성을 회복하고 싶은 갈망’이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옥상에 올라 인왕산과 북악산을 보며
그림 그리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어느 날 ‘두 발 디딜 수 있는 곳은 모두 춤출 수 있는 무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횡단보도, 상점 앞, 골목 앞 느티나무, 큰길가 가로수, 건물 계단, 도보, 하늘… 모든 공간이 재미나고 색다른 무대로, 무대장치들로 보이기 시작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혼자 하늘을 향해 팔을 뻗고 대기 자세를 취한다. 신호가 바뀌면, 귀에 꽂은 이어폰 음악에 맞춰, 하늘로도, 땅으로도, 옆으로도, 이리저리 팔과 다리를 쭉쭉 뻗으며, 빙그르르 돌며, 천천히, 가끔씩은 폴짝폴짝 뛰며 횡단보도를 건너간다.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의아한 표정, 바쁜 걸음걸이, 깜빡이는 신호등, 줄지어 옆에 서 있는 자동차의 운전석에 앉은 사람들, 바람에 잎을 살랑살랑거리는 가로수들, 하늘, 구름, 저 멀리 건물들, 가로등들…. 모두 내 춤과, 음악과 함께 넘실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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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옥상도 37, 2017년 5월, 펜&콜라주, 24.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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