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1.16 18:16 수정 : 2005.11.17 14:31

아쉬운 ‘익숙함’ 농익은 ‘편안함’

기타연주자 카를로스 산타나(58)의 최근 앨범 <올 댓 아이 앰>과 재즈키보디스트 허비 행콕(65)의 <파서빌러티>에는 닮은 점이 있다. 이 앨범들에서 두 노장은 자신의 자기장 안에 여러 음악인들의 색깔을 녹여냈다.

산타나는 앨범 <수퍼내추럴> <샤먼>에 이어 세 번째로 ‘젊은 피’의 감각과 화학적 결합을 시도했다.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의 리듬은 록과 힙합, 아르앤비까지 아우른다. 여전히 신바람 나고 여유가 넘치지만 그 신선도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행콕은 처음으로 스티비 원더, 폴 사이먼, 스팅 등 내로라하는 음악가들과 함께 팝과 재즈를 잇는 바늘땀을 놨다. 이성적이고 진보적인 그의 어쿠스틱 피아노 연주에 매료됐던 팬이라면 당혹스러워할 만큼 결과물은 팝에 가깝다. 일렉트로니카와 재즈의 결합으로 미래에서 날아온 듯 혁신적 사운드를 들려줬던 그에게 홀렸다면 이 음반의 편안함이 되레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행콕이 잔잔하게 펼쳐 보인 완성도에는 느낌표가 뒤따를 만하다.

산타나의 ‘모든 것’=앨범 <수퍼내추럴>과 <샤먼>에서 산타나는 자신의 개성과 팝 스타들의 매력을 절묘하게 직조해내 대중적, 음악적 성공을 거머쥐었다. 롭 토머스가 부른 ‘스무드’는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12주간 1위를 차지했고, 미셸 브랜치의 ‘게임 오브 러브’ 등도 세계적인 인기곡의 반열에 올랐다. <수퍼내추럴>로 그는 그래미 9개 부문을 싹쓸이 했다.

이번 앨범에도 팝 스타들의 이름이 아로새겨 있다. 부드러운 팝인 ‘아임 필링 유’에서 브랜치의 목소리는 여전히 감미롭다. ‘마이 맨’은 메리 제이 블라이즈와 ‘아웃캐스트’ 빅보이가 이끌어낸 리듬이 매혹적이다.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아이.엠 등 힙합 스타들도 참여했다. 앨범 시작에 놓인 ‘헤르메스’의 콩가 반주가 아프리카의 신바람 나는 열정을 뱉어낸다. 전체를 아우르는 산타나 기타의 마력은 여전하다.

그런데 아쉬움은 그 ‘여전함’에 남는다. 이번엔 ‘에어로스미스’의 스티븐 타일러의 목소리를 담은 록발라드 ‘저스트 필 베터’나 ‘메탈리카’의 커크 해밋의 기타가 보태진 ‘트리니티’ 등이 신선함을 불어 넣기는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미 본 듯한 분위기를 뒤집어 엎을 만하진 않다.

물론 매번 새로운 사운드를 들려 달라 요구할 수는 없다. 또 일련의 작업을 그가 구축한 개성과 스타일이라 볼 수도 있다. 그래도 새로운 시도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건 1969년 데뷔 한 뒤 그가 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솔 세크리파이스’에서 라틴 리듬의 질주로 록 팬들에게 충격을 주며 등장했다. 이후 재즈와 록을 접목한 <러브 디보우션 서렌더>라는 사색적인 음반을 내놨고 라틴 록을 더 화려하게 변모시키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 침체에 빠지는 듯하던 그는 <수퍼내추럴>로 건재를 과시했다. 이런 산타나이기에 <올 댓 아이 앰>이 평균 이상의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해도 한 걸음 더 새로운 영역으로 걸어 나가달라고 욕심을 부리게 된다.

허비 행콕의 ‘가능성’=알려진 노래들을 분해해 새로 조합했으되 원곡의 고갱이는 남겼다. 그의 피아노는 뒤로 빠져있는 듯하고 참여한 음악인들의 질감은 도드라졌다. 블루스 기타리스트 존 메이욜과 함께 연주한 ‘스티치드 업’은 깔끔하고 쫀득거리는 펑크의 느낌을 담았다. ‘사피아투’에는 산타나의 리듬이 살아 숨쉰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노래한 ‘어 송 포 유’나 애니 레녹스의 ‘허쉬 허쉬 허쉬’도 보컬의 결이 오롯하다. 스티비 원더가 하모니카 연주를 보탠 ‘아이 저스트 콜 투 세이 아이 러브 유’는 아르앤비 느낌이 감도는 느린 빠르기의 노래로 다시 태어났다.


허비 행콕의 실험에 큰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이 실망 섞인 목소리를 높일 여지는 물론 있다. 행콕은 어쿠스틱과 전자음을 넘나들며 음악의 최전방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1960년대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에서 활동하고 재즈음반기획제작사인 ‘블루노트’에서 앨범을 냈다. 이성적이고 세련된 <메이든 보이지> <캔탈룹 아일랜드> 등에서 재능은 빛났다. 70~80년대에는 일렉트로닉 키보드로 무장하고 힘과 창의력이 넘치는 노래들을 쏟아냈다. ‘카멜레온’이 담긴 앨범 <헤드헌터스>, ‘록 잇’이 수록된 <퓨처 쇽>, <퓨처 투 퓨처>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쉽게 ‘평범한 팝’이라고 폄하할 수 없는 까닭은 생경하지 않을 뿐 ‘카멜레온’이라 불리는 허비 행콕의 실험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팝이건 재즈이건 분류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그의 절제 어린 내공이 숨 쉬고 있다. 난해하고 진취적이진 않지만 ‘만약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라는 그의 호기심을 드러내며 귀를 유혹하는 앨범이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워너뮤직·소니비엠지 제공.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