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03 17:58
수정 : 2017.08.03 17:58
연극 호평받아 축제에 초청되자
“내가 연출, 남편 극단이 계약”
논란 일자 ‘없던 일로’ 수습 나서
전북 한 대학의 공연미디어학부 교수가, 학생들이 창작해 축제에 초청받은 공연의 연출을 가로채려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교수는 또 애초 축제 담당자로부터 섭외를 받고 구체적인 공연 계획 등을 논의해온 학생들 대신 자신의 남편인 또 다른 대학의 최아무개 교수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극단 명의로 축제 쪽과 출연계약을 추진하기도 했다. 축제 쪽이 이 공연에 지급하는 지원비는 모두 1700만원이다.
지난해 2학기 ㅎ대 이아무개 교수와 나아무개 강사가 공동지도하는 ‘창작연기워크숍’ 강의를 들은 학생 22명은, 한 학기 동안 공상과학 연극 한 편을 완성했다. 공연은 연출을 맡은 한아무개씨를 비롯해 학생들의 주도로 지난 1월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에스에프(SF) 연극제’에 참가해 호평을 받았다.
공연은 9월 열리는 대전문화재단의 예술·과학 융복합 축제 ‘아티언스 대전’에도 초청됐다. 학생들은 공연을 직접 보고 축제 초청을 결정한 ‘아티언스 대전’ 담당자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공연일정과 비용 등을 논의했다. 그런데 5월 중순 담당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갑자기 이 교수가 태도를 바꿨다. 그가 연출을 맡을 것이며, 축제 출연계약도 남편이 예술감독인 극단 ㅎ 명의로 하게 됐다고 학생들에게 통보한 것이다. 이 교수는 △‘아티언스 대전’ 쪽에서 먼저 학생이 아닌 프로의 공연을 원했고 △축제에 초청받은 것은 자신 때문이며 △1천만원이었던 지원비가 1700만원으로 오른 것은 자신과 ㅎ극단의 참여 덕분이라는 이유 등을 들었다.
학생들이 반발하자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지도교수인 내가 협의 대상”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너희들이 현실감각이 없고, 나랏돈 지원금 받아서 (하는) 큰 페스티벌 공연이 어떤 건지 알 수 없는 게 당연하다. 프로 극단에 배우와 스태프로 참여할 좋은 기회를 주는 나한테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철없는 소리들을 하고 있다”며 학생들을 나무라기도 했다. 심지어 “에스에프 연극제 때처럼 학생들이 시작한 공연을 학생들 힘으로 마치고 싶다는 게 모두의 의견”이라는 학생들의 호소에는 “(그 의견에) 동의한 사람 리스트를 보내라”고 답했다.
하지만 ‘아티언스 대전’ 쪽의 설명은 이 교수의 주장과 다르다. 학생들을 초청한 애초 담당자는 “우리 쪽에서는 프로 극단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고, 그런 요청을 한 바도 없다. ㅎ극단 작품으로 바뀌었다는 얘길 듣고, 프로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려 했던 게 전혀 아니어서 최초 기획자 입장에서 매우 당황했다”고 밝혔다. 현재 담당자도 “(지원비가 오른 것은) 이 공연이 수익금이 발생하지 않는 시민초청 공연이라, 인건비를 상향 지급하기로 한 것”이라며 이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이 교수는 최근 불거진 김아무개 동국대 강사의 강사직 박탈 논란에도 연루돼있다. 지난 5월 이 교수가 연출한 연극을 본 김 강사가 합평회에서 혹평을 했는데, 이 연극의 예술감독이자 이 교수의 남편인 최 교수가 몹시 불쾌해했다고 한다. 이후 최 교수는 작품의 무대디자인을 맡은 권아무개 교수를 통해 동국대 교수들에게 강하게 항의했고, 이것이 2학기 강의에서 배제된 원인이라는 게 김 강사의 주장이다. 김 강사는 동국대 출신으로, 이 학교 영상대학원에서 5년 동안 강의를 해왔다.
이 교수는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한 <한겨레>의 해명 요청에 “사실관계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달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통화 직후 학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공연은 학생들이 연출하는 게 좋겠다. (ㅎ극단 등은) 구두계약 상태니 (학교 이름으로 참가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김일송/공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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