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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탁호텔’ 창작 오페라로 첫 공연 |
서울 정동의 이화여고 주차장은 대한제국 시절 웨벨 러시아공사의 처제였던 독일 여성 미스 손탁이 운영하던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호텔인 손탁호텔의 자리터였다. 구한말 미국을 주축으로 결성된 정동구락부의 회합 장소로 사용됐을 정도로 서구 열강의 외교 각축장이었던 손탁호텔의 이야기가 창작 오페라로 만들어져 무대에 오른다.
23~2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5~26일 정동 이화여고 백주년 기념관에서 초연무대를 갖는 ‘삶과 꿈 싱어즈’ 신갑순 대표는 “구한말의 역사적인 상황에 지금 우리의 현실을 비춰볼 수 있는 작품”이라면서 “우리의 대본과 우리의 음악, 우리의 성악가로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삶과꿈 싱어즈는 도서출판 삶과꿈(대표 김용원)이 1993년 창단한 전문 성악 앙상블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초연하거나 성악 창작곡을 발표하는 등의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원로 극작가 차범석 원작 희곡인 <손탁호텔>은 풍전등화와 같은 구한말 열강들의 각축 속에서 자주독립과 개화를 꿈꾸는 젊은 지성인들의 애국심과 갈등. 주인공 서재필과 개화기에 큰 역할을 한 미스 손탁의 애국적인 활동과 사랑을 담았다.
신 대표는 “구한말의 그때와 지금의 현실이 비슷한 상황이다. 자기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애국이라는 것을 서재필 박사 같은 의인을 통해 표현하려고 한다”면서 “막간 휴식없이 없는 압축된 무대로 음악적, 극적 완성도를 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1976년 6월 이해랑씨의 연출로 국립극장에서 연극으로 초연됐던 이 작품은 2년여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원작자인 차범석씨가 오페라 대본을 쓰고 이영조씨가 작곡을, 표재순씨가 연출을 맡아 1시간 반 분량의 단막 오페라로 재구성됐다.
박태영씨의 지휘로 소프라노 박정원 권성순씨, 테너 김필승 안형렬씨, 메조 소프라노 윤현주 김선정씨, 테너 김신영, 바리톤 최경열씨 등이 출연한다. (02)318-172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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