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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26 15:05 수정 : 2017.12.26 16:41

‘진실’에 목말랐던 2017년을 결산할 두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
‘12인의 성난 사람들’ 모두 31일까지

<12인의 성난 사람들>. 극단 산수유 제공
2017년과 함께 막을 내리는 대학로 연극 중 놓치면 후회할 작품들이 여럿 있다. 이중 <12인의 성난 사람들>과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은 논쟁적인 사건을 집중력있게 파고들며 관객들로 하여금 ‘진실’로 알려진 것들에 대해 의심을 품게 만드는 작품이다. 촛불혁명 이후에도 일상의 민주주의가 작동되지 않으며 ‘열린 사회’로 나아가는 데 진통을 겪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기 맞춤하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연출 류주연·극단 산수유)은 1957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던 동명의 영화를 연극으로 바꾼 작품이다. 대통령 탄핵국면을 관통한 올해는, 차고 넘치는 사실을 앞에 놓고도 자신이 원래 갖고 있는 생각을 고수하는 ‘확증편향적 사고’가 유독 눈에 띄었다. 이 연극은 다수의 권위에 도전하는 소수의 분투기를 그리며 ‘확신’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열여섯살 소년의 범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12명의 배심원들은 머리를 맞댄다. 재판은 만장일치로 쉽게 끝날 듯했지만, 오직 한 명의 배심원의 문제제기로 평결은 지연된다. 99% 유죄를 확신하는 11명의 배심원에 맞서 1%의 무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1명의 배심원은 고독한 변론을 이어간다. 12명의 배심원단 모두 살아 움직이는 듯한 캐릭터로 2시간의 공연 내내 관객들을 쥐락펴락한다. 과연 11명은 1명을 설득할 수 있을까? 반대로 1명이 11명을 설득하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13번째 배심원이 되고자 한다면 오는 31일까지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으로 가야한다.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작 강훈구·연출 김현회·극단 위대한 모험)은 1991년부터 시작해 아직도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시비를 재구성한 창작극으로, 애초 위작 논란이 벌어졌던 국립현대미술관 제2학예실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천경자 화백과 그의 유족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해온 반면, 국립현대미술관은 진품이라고 맞서왔다.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 사진 극단 위험한 모험 제공
유족들은 지난해 전?현직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고소?고발했으나 검찰은 <미인도>를 천 화백 작품으로 판단하고 불기소했고, 법원 역시 올해 8월 유족들이 낸 재정신청을 기각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손을 들어줬다. 연극은 학예실장을 비롯해 학예관과 학예사들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그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연극은 그 반대의 길로 향한다. 작가는 “위작을 진작으로 만들어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진짜’였던 사람들이 ‘가짜’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고 말한다. 연극은 같은 해인 1991년 논란이 됐던 강기훈 유서대필 의혹 사건을 <미인도> 위작 시비에 포개놓으며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묻는다. 31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김일송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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