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까지 '마르고 닳도록' 출연
영화배우 문성근이 10년만에 출연하는 연극 '마르고 닳도록'은 스페인 마피아들이 애국가 저작권료를 받기 위해 한국을 마르고 닳도록 방문한다는 이야기다. 마피아들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는 과정에 새마을운동, 10.26 사건, 광주민주화운동, 서울올림픽,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IMF(국제통화기금) 체제 등 한국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반영된다. '한씨연대기'(1985)로 연극계에 데뷔한뒤 소극장 연극 붐을 일으킨 '칠수와 만수'(1986)에 출연했던 문성근은 1995년 극단 차이무의 창단공연 '플레이랜드' 이후 연극 무대에 서지 않았다. 문성근은 이번에 애국가 저작권료를 받기 위해 부하들을 한국으로 보내는 스페인 마피아의 대부 '돈 카를로스' 역을 맡았다. 1-17일 공연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분장실에서 만난 문성근은 그동안 연극 무대가 그리웠다고 말했다. "연극 무대에 서지 않았던 것은 한달 이상 연극 공연을 버틸 체력이 무서웠고 뭘 하느라 그랬는지 바빴고 게을러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오랜만에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때가 있었는데 연극이 그립고 그때 멤버들이 그립더라구요."연극은 선ㆍ후배들과 몸으로 부딪치면서 작업하기 때문에 서로 정도 많이 들고 삭막한 현대사회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소통하는 자리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번 무대가 굉장히 긴장된다는 그는 이날 리허설을 끝내고 기자에게 "어설퍼서 미안하다"면서도 이전에는 즐거워서라기 보다 하기로 했다는 의무감이 앞섰는데 이제는 공연이 하고 싶어졌다고 강조했다. 작품 소재가 애국가인만큼 무대에 서서 극중 흐르는 애국가를 들었을 때의 느낌을 묻자 "우리가 사는 곳은 가정, 사회, 국가로 확대되는 계약에 의한 공동체인데 그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다. "국가라는 것은 우리가 저항할 수 없는 음악이므로 그 소중한 느낌을 되새길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이번 공연을 통해 어떻게 근현대를 살아왔는지 각자의 입장에서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공연과는 무관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동참했던 얘기를 꺼내자 "대선 참여는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 것"이라며 "경제적으로 치명타를 받더라도 해야 하는 일이라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은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공연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 등도 관객으로 자리를 함께 할 예정이다. 다시 연극으로 주제를 바꿔 실력있는 연극 배우의 영화계 진출에 관한 그의 생각을 물어봤다. "송강호나 설경구 등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는 모두 연극 무대 출신이잖아요. 이런 현상은 중요한 것은 연극무대라는 점을 보여주는 겁니다. 연극은 기초예술이니까요. 영화계가 연극에 빚지고 있는게 많아요. 이런 점에서 영화계가 연극 분야를 잘 지원해야 합니다. 앞으로 기업체와 연계한 극장 운영을 제안해 보겠습니다." 이번 무대는 독특한 코미디 극단으로 불리는 차이무의 10주년 기념공연이다. "관객들은 아무 준비 없이 편하게 보면 됩니다. '차이무 표' 연극은 즐겁게 보다 보면 남는게 한두개 있는 공연입니다. 그것을 (관객들이) 집에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선 기자 js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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