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07 17:24
수정 : 2005.12.08 16:50
광포한 사운드에 고삐를 죄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헤비메탈계에서 ‘콘’만큼 영향력을 행사한 밴드도 드물다. 광포한 힘 안에 힙합의 요소와 펑키한 리듬감 등을 끌어들여 새 지평을 연 밴드이기 때문이다. ‘링킨 파크’, ‘림프 비즈킷’ 등 강렬하면서도 대중적인 연주로 무장한 이른바 ‘뉴메틀’ 밴드들이 ‘콘’이 연 새 영역에 뿌리를 내렸다. 그래서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헤드 웰치가 탈퇴하고 ‘콘’이 조나단 데이비스(보컬), 제임스 멍키 섀퍼(기타), 필디(베이스), 데이빗 실버리아(드럼)로만 꾸려진다는 소식은 록 팬들을 불안하게 했다. 4인조로 편성한 뒤 최근 내놓은 ‘콘’의 새앨범 <시 유 온 디 아더 사이드>는 이런 불안을 잠 재운다. 이 앨범은 ‘콘’은 여전히 ‘콘’이고, 이 뒤틀린 악동들의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는 명징한 선언이다.
콘의 인장은 또렷하다. ‘팔러틱스’에서 기타가 저음으로 미끄러져 떨어지며 보컬과 불협화음을 이루는 듯 묘한 긴장감을 뿜어내는 솜씨는 여전하다. ‘히포크리츠’에서 툭툭 끊어지며 달려드는 코러스와 지직 거리는 잡음은 잡종결합으로 새로운 소리를 뽑아내는 콘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어린 시절 겪었던 따돌림 등 소외의 감성을 냉소적으로 때론 으르렁거리며 표현하는 보컬도 살아있다.
행군처럼 각이 잡힌 리듬과 기계적 요소를 끌어올린 점은 이색적이다. ‘스로우 미 어웨이’에서 날 것 같은 드럼과 베이스는 어느 때보다 도드라지게 군림하며 큰 덩치를 질질 끌고 가는 이 괴물 같은 노래에 고삐를 죈다. 이런 리듬은 ‘러브 송’에도 이어지며 ‘10 오어 어 투 웨이’에서 빛을 발산한다. ‘오픈 업’은 백파이프 소리도 끼워 넣는 세련된 샘플링을 들려주며 테크노마저 연상하게 한다. ‘신 잇 올’은 콘의 특징을 집약하면서도 확장을 보여준다. 서정적으로 흐르다가 갑자기 휘몰아치고 오케스트레이션까지 동원해 넓은 스케일을 펼친다. 보컬 조나단 데이비스는 음반기획제작사 ‘이엠아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엔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다른 각도로 보고 싶다”고 말했다.
1991년 데뷔한 이 밴드는 앨범 <라이프 이스 피치>로 빌보드 차트 3위에 오른데 이어 앨범 <팔로우 더 리더>로 세계적인 밴드로 부상했다. 광포한 사운드를 세련되고 정교하게 다듬을 줄 아는 이들은 헤비메탈에 새 숨을 계속 불어넣으며 전 세계에 2500만장 이상 앨범을 팔아치웠다. 이번 앨범 타이틀곡 ‘트위스티드 트랜지스터’의 7분20초에 이르는 뮤직비디오에는 스눕독 등 유명한 힙합 음악가들이 참여했다.
글 김소민 기자 사진 이엠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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