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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8 16:37 수정 : 2005.12.29 15:30

‘프로듀서스’ 의 연습 장면. 미국식 유머를 한국 문화에 맞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힘든 작업이다.

뺨 맞고도 깔깔깔 웃겨서 연습 못하겠네


“스토리와 구성, 음악, 안무 등 모든 것이 정밀하게 잘 짜인 작품입니다. 배우들이 연습을 하면서도 다들 즐거워해요. 저도 연습을 하면서 이렇게 재미있게 해보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26일 오후 충무아트홀의 뮤지컬 <프로듀서스> 연습실에서 만난 회계사 ‘리오’ 역의 김다현(25)씨는 이 작품의 극 중 극 <히틀러의 봄날>의 원작가 ‘프란츠’ 역의 최병광씨에게 몇차례 빰을 맞는 장면에서 화대신 오히려 우스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어 주의를 받았다. 나치 신봉주의자 프란츠가 ‘구텐탁 폴짝’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바바리안 포크댄스의 패러디 춤을 추는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들도 끝내 웃음 터뜨렸다. 제작자인 설앤컴퍼니 관계자는 “실제 공연에서는 웃으면 안되지만 연습 때는 실컷 웃는다”고 일러주었다.

‘망해야 하는’ 뮤지컬이 ‘대박’
브로드웨이 배경 사기극
“자연스런 웃음 전할 것”

왕년에는 ‘브로드웨이 제왕’으로 불리웠지만 지금은 추하게 늙은 저질 프로듀서 맥스 비알리스탁.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를 꿈꾸는 가난하고 소심한 젊은 회계사 리오폴드 블룸. 두 남자가 작당하고 ‘무조건 망할’ 뮤지컬을 만들었다. ‘브로드웨이 역사상 최악의 대본가’와 ‘인류 역사 최악의 연출가’를 찾아내고, ‘뉴욕에서 제일 거지 같은 배우’들을 고용했다. 심지어 후진 음악과 촌스런 무대와 의상까지. 그 사기꾼은 공연 첫날이 마지막날일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다. 그래서 투자받은 제작비 200만 달러를 챙겨서 ‘아름답고 섹시한 여자들과 최고급 샴페인’이 기다리는 브라질 리오로 튈 계획이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세무 감사할 때 망한 작품을 타겟으로 삼지 않는 법이니까. 그런데 뜻밖에 대박이 나버렸다. 그러자 실제 제작비보다 더 투자받은 게 탄로가 나 쇠고랑을 차게 됐다.

21세기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계에서 ‘코미디 뮤지컬’의 바람을 일으킨 <프로듀서스>의 한국 라이선스 공연이 1월13일로 다가왔다(국립극장 해오름극장). 한국 초연이기도 한 이 공연을 보름 남짓 앞둔 이날, 연출가 빌 번즈와 일본의 오토메이션 오퍼레이터팀이 지켜본 가운데 오후 1시부터 2시간여 동안 진행된 리허설 연습은 시종일관 웃음바다였다.

“일본에서 공연을 했을 때와 또 한국에서 공연을 준비를 하면서, 브로드웨이의 전형적인 미국적 코메디를 한국무대에 맞게, 한국 문화에 맞게,멜 브룩스 특유의 코미디는 잃지 않으면서 최대한 한국 관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표현하는 작업이 가장 어렵습니다.”

연출가 빌 번즈는 “기본적으로 배우들에게는 클린(clean), 클리어(clear), 포커스(focus) 라는 세 단어만을 주문했다”면서 “작품이 관객에게 말하고 보여주려는 것들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배우들은 매우 재능이 있고 열심히 하는데, 특히 <프로듀서스>에 캐스팅된 배우들은 유머감각이 있어 극중에서 자신만의 감각이 나온다”고 평가했다. 미국 투어 프로덕션을 비롯해 일본, 한국 투어 프로덕션 등의 공연에 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우리 배우들은 해외의 코미디를 배우는 데 모든 마음을 열고 대하고 있어 작업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고 덧붙였다.


국내 연출가 한진섭씨는 “이 작품은 패러디가 많기 때문에 빌 번즈가 배우들에게 코미디의 타이밍, 춤의 디테일한 부분, 드라마에서 말에 대한 타이밍과 리듬감, 템포 등에 대해 요구하고 있다”면서 “조금이라도 불필요한 행동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잡아내고 있다”고 귀띰했다. 그는 “유대인이나 나치, 동성애자 등 미국문화 속의 정서를 비튼 미국식 유머를 완벽하게 살리기는 힘들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대본을 정리하고 한국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코미디가 생각보다 일반 정통극에 비해 더 어렵습니다. 웃음은 감성적으로 타이밍을 놓쳐버리면 금방 사라져 버리고 말죠. 웃음을 유발시키는 것은 저급 코미디보다는 고급 코미디입니다. 이번 작품을 연습하면서 웃음에 대한 미학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주인공 ‘맥스’ 역의 송용태(53)씨는 “웃음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정서와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관객에게 전달시키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총연습이 끝난 뒤에도 배우들은 스태프 회의에서 지적된 사항들을 전해듣고 늦은 밤까지 개별 연습을 하면서 두 사기꾼 맥스와 리오가 우려하는 ‘대박’의 꿈을 키워나갔다. (02)501-7888.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설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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