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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대형뮤지컬에 도전장…31일 무대 올려
토종뮤지컬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새해들어 뮤지컬 <아이다>를 비롯해 <프로듀서스> <지킬앤하이드>등 라이센스 뮤지컬과 <렌트> <노트르담 드 파리> 등 뮤지컬 오리지널팀들의 공연이 국내 주요 공연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른바 외국 대형 ‘뮤지컬의 빅뱅’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창작뮤지컬 <천상시계>가 토종뮤지컬의 자존심을 내걸고 31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천민출신으로 종3품의 벼슬까지 올랐다 하루 아침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15세기 세계 최고의 기술자 장영실과 한민족 역사이래 ‘최고의 경영자’로 꼽히는 성군 세종의 우정과 사랑을 담아냈다. 장영실과 세종의 우정과 사랑 설을 하루 앞둔 지난 28일 음력 그믐날 오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극단 아리랑의 <천상시계> 팀을 만났다. 설 연휴를 반납한 채 연습과 연습을 거듭하고 있는 연출가 방은미(46·극단 아리랑 대표)씨를 비롯한 스태프와 배우들의 눈빛에는 우리 뮤지컬에 대한 긍지와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항상 가슴 졸이면서 갈구해왔던 창작뮤지컬이라서 무엇보다 반가왔습니다. 장영실이나 세종대왕을 막연히 역사적인 인물로만 알고 있었지만 공연을 연습하면서 조상들의 선견지명과 자주국방의 의지에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되었어요. 우리 근대사에 세종같은 지도자가 더 나왔으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발전했을까 하는 안타까움마저 들었습니다.” 세종 역을 맡은 최종원(57·전 한국연극협회장)씨는 “<천상시계>는 우리 역사의 단면을 보여주면서 우리 민족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작품으로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2003년 마당극 <심봉사 심봤다> 이후 3년만에 뮤지컬에 출연하는 그는 “서양의 대형 뮤지컬에 눌려서 우리 창작 뮤지컬이 존재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는 시점에서 <천상시계>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를 찍고 있다”고 말했다. 연출가 방은미씨는 “그동안 우리 창작뮤지컬이 음악적으로 서양 뮤지컬에 비해 단조롭다는 평이 있었으나 <천상시계>는 음악적으로 경쟁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작품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정악과 민속악을 넘나드는 30여 곡의 현대적인 국악 뮤지컬 넘버를 11인조 국악 실내악단이 생생한 라이브 연주로 재현합니다. 또 완벽하게 재현한 ‘봉래의’ ‘진주검무’ ‘화관무’ 등 궁중무용과 민초들의 움직임을 담은 민중무용 등이 잘 어우러진 무대가 될 것입니다.” 2004년 초연…‘매운맛’ 보여줘 그러면서 그는 “세종과 장영실이 600년 전에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자주적인 과학조선을 위해 어떤 선택을 했으며, 진정한 시이오(CEO)와 과학자의 우정과 사랑, 신의에 초점을 맞추는 등 드라마틱한 구성에 신경을 썼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올해 공연은 시각적인 다양함을 주기 위해 그림자극과 영상물을 추가해 청각적인 요소와의 조화를 이뤄내려 했다”면서 “한국 관객들의 핏 속에 깃들어 있는 민족정서와 신명을 끄집어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연극배우 최종원씨뿐만 아니라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연륜있는 연기력을 자랑하는 나문희씨가 장영실의 어머니로 출연하고 <물고기 자리>의 신세대 국악퓨전가수 이안(26)씨가 김보영씨와 함께 장영실의 애인 예성 역으로 무대에 선다. 처음 뮤지컬에 입문하는 이안씨는 “대학에서 한국무용에 대한 이론을 배웠지만 실제로 춤을 추어본 것은 처음”이라면서 “손짓 하나 하나가 그런 깊은 뜻을 가지고 있는지를 새삼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천상시계>는 지난 2004년 초연 당시 한국형 뮤지컬의 표상을 제시하며 창작 뮤지컬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인공 장영실 역은 2004년 초연때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김신용씨가 다시 맡았으며, 임형택, 남문철 등 25명이 출연한다. 극단 아리랑은 올해 ‘2006 남북과학축전’에 북한 공연을 추진할 계획이며 싱가포르의 ‘아시안 아츠 마켓’에도 출품해 해외시장 진출도 노린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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