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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고 첼로축제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5일부터 8일간 열려…레슬리 파나스 17일 독주회
첼로는 바이올린족의 악기 가운데 가장 강하면서도 한없이 부드러운 음색을 지니고 있다. 숭고하고 비극적인 장엄미를 담은 저음부터 격렬한 정열과 악마적인 광폭함이 깃든 고음까지 넓은 음역을 자랑한다. 흔히 ‘여자 시인’이나 ‘아내의 소리’로 불리는 바이올린에 견주어 첼로는 ‘남자 시인’과 ‘남편의 소리’에 비유되기도 한다.
2월들어 세계적인 첼로 거장들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해 첼로 마니아와 첼로 전공학도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다.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고의 첼로 축제인 ‘크론베르크 아카데미’가 5일부터 12일까지 연세대와 호암아트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다.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지난 2004년에 이어 두번째 한국에서 열리는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인 서울’은 유명 첼리스트들이 첼로를 강습하는 마스터클래스와 함께 이들의 연주회로 꾸며지는데 현존하는 첼로 거장들의 연주를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이다.
파블로 카잘스가 “고귀한 아티스트”라고 격찬했던 애제자 버나드 그린하우스(89·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명예교수), 북유럽을 대표하는 첼리스트 아르토 노라스(63·핀란드 헬싱키 시벨리우스 음악원 교수), ‘첼로계의 모세’로 불리는 프란스 헬머슨(60·독일 쾰른대 음대·마드리드 소피아 왕립음악원 교수), 미국 인디애나대 음대 최연소 교수 게리 호프먼(49), 카라얀이 누구보다 아꼈던 안토니오 메네세스(48·보자르 트리오 멤버) 등 5명의 첼로 명인이 참가한다.
이들은 5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개막 공연에서 첼로 앙상블로 빌라 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 2번>, 슈만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환상소곡집 작품73>, 프랑크의 <소나타 가장조> 등을 선보인다. 또 메네세스, 노라스, 호프만과 헬머슨은 12일 오후 4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첼로 빅4 파이널 콘서트’로 아카데미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김봉 지휘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 다장조>,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 내림마장조 작품 107>, 번스타인 <로스트로포비치에게 헌정한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미사곡’ 중 세개의 명상곡> 등을 차례로 들려준다. 이에 앞서 7~10일 호암아트홀에서 노라스(7일), 헬머슨(8일), 호프먼(9일), 메네세스(10일)의 독주회가 차례로 열리며, 6~11일 연세대에서는 마스터 클래스도 공개로 진행된다.
크론베르크 아카데미는 첼리스트 라이문트 트렌클러가 1993년 스페인 태생의 세계적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의 서거 20주기를 맞아 창설했다. 마스터클래스 외에 독일 라인가우 지방의 작은 마을 크론베르크에서 2년마다 ‘크론베르크 첼로 페스티벌’, 4년마다 ‘파블로 카잘스 첼로 콩쿠르’ 등을 열고 있다. (02)541-6234.
파블로 카잘스가 “우리 시대에 가장 성공한 훌륭한 첼리스트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했던 첼로 거장 레슬리 파나스(보스톤대 명예교수)의 초청독주회도 마련된다.
그는 지난 1992년 미국인 첼리스트로는 처음으로 ‘평양 윤이상 음악제’에서 평양국립교향악단과 협연하고 마스터클래스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1996년 첫 내한 연주회에 이어 지난 2003년에는 연주회와 함께 경남 국제 음악 콩쿠르 첼로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석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17일 저녁 7시30분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독주회에서 로카텔리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라장조>, 바흐의 <첼로 모음곡 1번 사장조>, 베토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4번 다장조> 등으로 다시 한번 감동의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악기인 ‘로제테 고프릴러’(1968년 제작)로 연주할 예정이어서 더욱 애호가들을 설레게 만든다. 로제테는 제작자가 만든 최상의 악기로 평가받는데, 음색이 단아해서 첼로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악기로 손꼽힌다. 연주회에 앞서 15일 오전에는 마스터클래스도 열린다. 미국 미주리 출신인 파나스는 16살 때 커티스 음악학교에 입학해 첼로의 거장 파블로 카잘스를 사사했으며, 뮌헨 국제콩쿠르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카잘스 콩쿠르 등 세계적인 대회의 우승을 휩쓸었다. 카잘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 14년간 솔리스트와 수석 첼리스트로 활동했다. (02)2049-4700~9.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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