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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04 10:23 수정 : 2009.03.04 10:23

공공도서관-학교도서관-교과담당교사 3자 협력 체제 구축필요

과제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한 과제해결력 제고가 공교육 살 길

지식정보사회의 진정한 화두는 무엇일까? 다른 나라보다 빠른 통신망에 대한 것이라면 우리나라가 단연 앞서가고 있겠지만 이 기술을 다른 나라에서는 몇 년 만에 따라 잡을까?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있다. 응용기술을 따라가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지만 학술적, 문화적인 콘텐츠를 채우는 데는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어린이나 청소년 교육에 있어서 ‘정보’ 짜깁기에 불과한 정보문해보다는 독서에 기반한 ‘지식 형성’과 문제해결력, 창의력 향상에 더 비중을 두고 말하고 싶다.

영국에는 ‘웹에서 이야기를’(Stories from the Web)이라는 공공도서관 독서 프로그램이 있다. 정보화 시대에 익숙한 유아와 14세까지의 청소년들을 위하여 개발한 것으로 버밍엄 도서관에 의해 운영된다. 이것은 흥미로운 일로 가득한 상호대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독서를 즐기는 방법, 다양한 상호대화 형식의 활동(Activities)들을 통하여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의 전통적인 독서능력과 컴퓨터를 통한 독서능력 개발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발했다. 초기의 ‘보물섬’(Treasure Island) 웹사이트는 아주 좋은 평가를 얻어 여러 번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http;//www.storiesfromtheweb.org/sfwhomepage.htm)

웹에 기반한 영국의 또 다른 독서 프로그램은 채터북스(Chatterbooks)다. 4-12세 어린이를 위한 전국 단위의 독서회이다. 이 독서회는 재정적으로 오렌지(Orange)사(영국의 정보통신회사)의 지원 아래 7개 지역도서관 당국(1개 지역도서관은 보통 70개 도서관)에서 운영하고 있다. 독서회는 온라인상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한 달에 1, 2회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있다. 이때는 유명한 저자, 삽화가, 이야기꾼을 만나는 행사를 갖게 되어 회원들의 자긍심을 높여 준다.

미국에는 대표적인 독서관리 프로그램으로 AR(Accelerated Reader)와 LEXILE이 있다. AR은 독서 퀴즈 1문항 당 3달러에 구입하고 있기 때문에 양질의 퀴즈들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미국 내 75,000개 학교에서 사용될 정도로 가장 일반화된 프로그램이다. 자신의 독서 기록을 독서퀴즈를 통해 관리한다. LEXILE은 영어권 지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프로그램이다. 다만 문장의 길이나 관념어의 사용 빈도 등을 통해서 각 도서의 레벨을 나누기 때문에 적합성에 있어서 비판을 받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자타공인 IT왕국인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부산시 교육청에만 있었다. 그것도 5년여의 잠복기를 지나 최근에 와서야 지역 대학 입학 때 독서활동을 전형 자료로 쓴다는 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쉬운 점은 공공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과의 네트워크에 기반한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독서 환경을 구축해 주는 것보다는 결과의 측정에 중점을 두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서 아직도 이용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공공도서관장인 내 앞으로 배달된 한 통의 정책 제안에 나는 도서관인으로서 부끄러웠다. 미국은 상기의 AR프로그램의 경우, 지자체에서 스폰서하고, 공공도서관이 허브가 되며, 지역 내 각 학교의 신청을 받아 프로그램을 링크시켜 준다. 독서 진흥에 관해서 학교 교사와 학교 사서는 현장에서 운영하는 사람이고, 공공도서관의 사서는 그것을 수서나 프로그램 유지보수 차원에서 지원하는 업무를 분담한다.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과제지원센터 설치를 중심으로 내게 정책 제안을 보낸 한국독서진흥원의 온라인 독서력 향상 프로그램은 특별히 ‘교육 과정’과의 연계를 꾀한다. 교과과정과 관련한 도서를 엄선해 주고, 학생들에게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독서로 확장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주는 데에 1차적인 목표가 있다. 독서퀴즈를 중심으로 독서 기록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독서통장 개념을 넘어선다.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과제해결력의 제고, 공교육의 살 길이 이 방향이 아닐까?

책과 함께라면 교과목도 흥미로울 수 있다는 점,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에서 이를 정책적으로 받쳐준다면 가능한 일이다.

글 : 고척도서관장 정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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