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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의 여대생 리더십 함양 프로그램인 ‘래미안 앨리스’에 참가한 학생들이 지난 13일 충남 천안시에서 ‘사랑의 집짓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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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리더십 ‘눈뜨는’ 기업들
삼성물산·GE코리아 등 여성인재 양성 적극적
기업실적과도 상관성↑ “국내기업 아직 미성숙”
대학생캠프 열고 투자펀드 만들고
“<문화방송>(MBC) ‘무한도전’의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에스비에스>(SBS) ‘강심장’의 흔들리지 않는 의지가 창조적 리더십의 바탕입니다.”
지난 12일 오후 4시, 경기도 용인시의 한 연수원에 여대생 50명이 모였다. 한 참가자가 리더십에 관한 과제를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빗대 발표하자 동료 학생들은 때론 웃기도, 때론 환호성을 내지르기도 한다. 이들은 삼성물산 주택사업본부가 마련한 여대생 리더십 프로그램 ‘래미안 앨리스’ 참가자들이다.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 일자리로만 여겨지던 건설회사에서 어떤 변화가, 왜 일고 있는 걸까?
■ 건설사, 여성 리더십에 눈뜨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시도는, 국내 기업에서 여성 임원의 비중이 평균 1.5%에 그치는 현실을 뒤집어보자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2007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온 김상미 삼성물산 주택사업본부 브랜드팀 대리는 “몇해 전부터 회사 내에서 강조되어온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강화를 사회공헌과 연결시킨 것”이라며 “여러 기업의 대학생 참가 프로그램 가운데 여성의 경쟁력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 2008년부터 진행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삼성물산이 여성에 투자를 늘린 데는 여성 인재의 경쟁력을 확인한 까닭도 있다. 여직원 비율 증가는 ‘래미안’이라는 브랜드 가치의 상승과 비례했다. 2000년대 들어 여성 공채를 본격화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공채 인원 중 여성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지금도 마케팅 같은 주요 업무를 다루는 부서에선 여직원 비율이 절반 가까이 되는 상황이라고 삼성물산 관계자는 말했다.
■ 여성에 대한 투자가 위기 극복에 도움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성 인재’를 중점투자대상으로 삼고 있다. 2004년부터 여성인력 개발 프로그램에 힘을 쏟고 있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대표적 사례다. 지이코리아의 김미영 인사부장은 “지난해 경제위기로 부서마다 비용을 30%씩 감축해야 했는데, 회사 내 여성 네트워크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는 전혀 줄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성 리더십을 주제로 5년째 펼치고 있는 사회공헌사업에서도 이 회사의 경영철학은 잘 드러난다. 지이코리아는 이화여대에 ‘리더십 챌린지’라는 프로그램을 개설해, 주요 임원들이 강사로 대거 참석해 3박4일 동안 생생한 리더십 교육을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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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리더십 ‘눈뜨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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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금융시장의 투자자들도 여성 리더십에 주목하고 나섰다. 스위스의 투자회사 ‘네상스캐피털’은 지난해 말 고위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회사만을 추려 투자하는 ‘여성 리더십 펀드’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 펀드는 장기적으로 20억달러까지 자산규모를 늘려, 세계 각국에서 여성 리더십이 강한 기업 30~40곳을 투자할 계획이다. 세계 시장을 누비는 국내 대기업 가운데 과연 몇 곳이 이 펀드의 투자대상이 될 수 있을까?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팀장은 “국내 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은 여성 이슈 등을 포함시킬 만큼 아직 성숙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성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실제 기업활동에 긍정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또 이런 이유로 외부 투자까지 유치할 수 있게 된다면 또 하나의 시장과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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