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26 22:36
수정 : 2010.07.26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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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창사 111돌을 맞은 독일 가전업체 밀레의 클라우스 슈노이(왼쪽)와 프랑크 헨리히프라이제가 독일 기업의 ‘마이스터’(장인)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아시아지역 소비자에게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주거 환경과 가전제품 사용 방식 등을 조사했다. 밀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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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가전업체 ‘밀레’ 기술진 방한
국내 소비자 취향 조사 나서
“냉커피?” 두 명의 독일인은 고개부터 갸웃거렸다. “유럽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이었어요. 이제 캔커피가 들어오기 시작하는 중인데….” 커피 문화가 발달한 유럽에서조차 생소한 캔커피와 냉커피는 그들에게 신선한 문화 충격이었단다.
독일의 세계적인 가전업체 밀레(Miele)에서 ‘기술 장인’(마이스터)으로 일하고 있는 클라우스 슈노이(60)와 프랑크 헨리히프라이제(45)를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밀레 코리아 매장에서 만났다. 이들은 국내 소비자에게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기에 앞서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국내 주거 환경과 가전제품 사용 방식 등을 조사하는 임무를 맡았다. ‘가전업계의 베엠베(BMW) 또는 벤츠’임을 자부하는 명품 가전 밀레가 국내 소비자들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지는 어느새 16년이 지났다. 하지만 본사가 기술 장인들을 직접 우리나라에 파견해 해당지역에 특화된 제품 개발을 준비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아시아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밀레코리아는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았던 지난해에도 매출이 12%가량 늘었고, 올해는 매출을 15% 더 늘릴 것을 목표로 삼았다.
밀레를 일러 명품 가전이라고 부르는 근거는 단연 20년이 지나도 튼튼한 내구성에 있다. 그 비밀은 철저한 품질 관리와 더불어, ‘인재의 내구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데 있다. 밀레에서 일한 지 30년이 됐다는 슈노이는 “여전히 우리는 회사에서 병아리 수준”이라고 말했다. 밀레는 생산한 지 20년 된 제품의 부품도 갖춰 놓고 애프터서비스를 해주는데, 그 부품을 관리하는 창고 관리인이 바로 50년차 최고참이란다.
일터로서 밀레가 지니는 매력은 독특한 전통과 문화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슈노이는 “직원이 일한 지 25주년이 되면 회장은 직접 그들의 가족까지 초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설명했다. 팀원들은 그 직원의 취미를 고려해 성대한 파티를 열어줌으로써 밀레 가족이라는 소속감을 키워간다. 조부모, 부모, 자녀 3대가 한 회사에서 일하는 경우도 흔한 이유다.
물론 제아무리 ‘튼튼한 명품 가전’이라는 명성을 이어간다고 쳐도, 최신 기술이나 독특한 디자인을 접목하는 데는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이들의 입장은 의의로 단호했다. 헨리히프라이제는 “우리도 냉장고에 인터넷 화면을 띄울 수 있는 터치스크린 기술이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요즘엔 냉장고의 터치스크린 기능이 강조되고 있지만 그 수명이 고작 5~6년에 지나지 않으므로, 20년 뒤를 내다보는 밀레는 그 기술을 도입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줄곧 세탁기는 흰색, 오븐과 식기세척기는 검정색과 금속 소재를 살린 은색만을 고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남산에 올라가 내려다본 서울은 거대했어요. 우리의 제품을 팔 수 있는 곳이 그만큼 늘어난 셈 아닐까요?” 헨리히프라이제가 헤어지기에 앞서 먼저 웃었다. 슈노이는 “한국 가정을 직접 방문해보니, 생활 방식은 다르지만 인테리어 면에서는 유럽과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다”며 “그만큼 밀레도 한국 시장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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