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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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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다』는 다르다. 수학의 알파요 오메가인 점을 깊고 넓게 다루고 있어서다. 점을 집합, 위상수학, 상대성이론, 해석학, 기하학에 두루 적용했을 뿐만 아니라 점이 휴대폰과 컴퓨터, 반도체, 나아가 우주에까지 연결된다는 것을 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수학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현대수학의 최전선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처럼 수학을 정면으로 다룬 예는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천재 수학자의 실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두뇌게임! 축구를 좋아했던 나는 축구공 때문에 살인자라는 오명을 쓰고 도망자가 된다. 법대에 합격했으나 선가인 ‘여의구파’ 왕사부의 꼬임에 넘어가 수학의 세계로 들어선다. 수학교수가 된 내게 모 대기업 최 부회장은 자폐증이 있는 양아들의 낙서더미를 내민다. 낙서는 이 세상의 언어가 아니었다. 그것을 해독하지 못해 고민하는 내게 최 부회장은 『챔피언스리그』라는 소설을 내밀고, 나는 그 속에서 김광국을 만난다. 천재수학자 김광국은 생일날 외출을 했다가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광국의 실종은 그의 여자친구 다희에게 점차 죽음의 공포로 다가오고, 미지의 존재가 일방적으로 보내오는 메시지는 두려움을 배가시킨다. 우연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한 다희는 가까스로 구조되지만, 자신의 배에 ‘6.6’이라는 숫자가 피멍으로 쓰여 있음을 발견한다. 설상가상으로 자궁에는 지구에서 발견된 적 없는 종양이 자라기 시작한다. 광국의 연구자료를 검증하기 위하여 홍콩을 방문한 다희는 우연히 광국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것을 계기로 상상을 초월하는 프로젝트를 알게 되는데……. 수학에 대한 재인식, 수학에 대한 재발견 학생이든 어른이든 수학이라면 무조건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수학공포증에 걸린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이것이다』는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또한 얼마나 심오하고 종교적일 수 있는지 환기시킨다. 그런 점에서 『이것이다』는 수학에 대한 재인식, 재발견의 계기가 될 것이다. 보지 않을 뿐, 또 다른 세상이 있다. 『이것이다』는 분명 픽션이지만 어느 순간 논픽션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소설이다. 푸앵카레 추측을 풀어낸 페렐만을 비롯해 피타고라스, 들리뉴, 린데베르크, 뇌터, 라포르그 등은 물론 최규동, 김정한, 황준묵, 명효철 같은 우리나라 수학계의 거목들과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선조들이 수학과 축구를 어떻게 시작하고 즐겼는지, 그것이 도(道)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허를 찌르는 지식과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리고 죽음과 영생의 방법, 구세주의 역할에 대하여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세상에서 배우는 지식 중 다음 세상에까지 우리와 함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오직 수학뿐임을 말하고 있어서다. 무조건 믿고 보는 신의 세계가 아니라,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이 세상의 어떤 진리가 아니라, 언제든 증명이 가능하면서 완벽하고 아름다운 수학의 세계를 통해 전무후무한 진경을 펼쳐 보여준다. 우리가 단지 몰랐을 뿐이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수학이 공기처럼 존재하고 있음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추 천 글 우주의 모습, 온갖 차원, 부활, 영혼 같은 묵직한 주제에 대해 수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는『이것이다』는 미덕이 많다. 난해한 현대 수학을 일반인은 물론 중고등학생들도 읽을 수 있도록 쉽고 흥미진진하게 소설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수학의 최대 화두인 쌍대원리를 장편소설의 형식과 내용은 물론이려니와 인물들에까지 두루 적용하여 승화시킨 점 역시 높이 살 만하다. 나아가 축구와 소설, 수학과 문학의 융합 등도 극히 인상적이다. 장차 수학이 신학, 아니 종교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은 신선하면서도 논쟁적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본격 수학소설의 탄생을 축하한다. - 이문열(소설가) * 자료제공 : 시간여행 <본 기사는 한겨레 의견과 다를 수 있으며, 기업의 정보제공을 위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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