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5.11 20:39
수정 : 2011.05.11 22:34
삼성경제연구소 ‘안티소비, 왜 주목해야 하나?’ 보고서
대량 공급과 주입식 마케팅에 질려 점차 소비에 흥미를 잃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대중화되고 기업 윤리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과소비 억제 및 불매 운동 등이 소비자 전반으로 확산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이 모두는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가 소비를 거부하거나 줄인 ‘안티소비’에 해당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1일 ‘안티소비, 왜 주목해야 하나?’란 보고서를 내어, “충분한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층이 소비자를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안티소비 현상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기업들에게 “‘안티소비자’를 잠재 고객에 포함시켜 대응할 것”을 권했다.
보고서는 안티소비를 동기와 대상에 따라 ‘피로형’, ‘트라우마형’, ‘계몽형’, ‘감시·고발형’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각각에 대한 대응전략을 제시했다. 피로형은 대량 공급과 과잉 기능에 지쳐 소비를 회피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슈퍼마켓에서 시험한 결과, 6가지 잼을 전시한 진열대를 방문한 고객은 30%가 구매한 반면, 24가지를 전시한 진열대 방문 고객의 구매율은 3%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소비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기능만을 고품질로 제공하고, 소비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방안으로 대응해야 한다.
트라우마형은 불쾌했던 경험이나 선입견으로 특정 종류의 제품이나 브랜드 소비를 거부하는 것으로, 화장품이나 정보기술(IT) 제품에서 많이 발생한다. ‘옴니아폰’ 사용자들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라고 하면 무조건 거부감을 느끼고, 안드로이드폰 사용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애플이 싫어서’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계몽형은 과소비에 대한 비판과 반성, 감시·고발형은 사회적 이념을 바탕으로 특성 상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소비를 반대하는 특징을 보인다. 기업이 계몽형 안티소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소비와 자원낭비 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감시·고발형을 상대로는 소비자 불만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삼성경제연구소 최순화 수석연구원은 “경쟁사보다 많은 것을 제공하는 ‘다다익선’의 틀에서 벗어나 필요 이상의 초과 가치는 과감히 제거하는 ‘과유불급’의 원칙을 새로 정립하고, ‘욕구는 있으나 구매력이 부족한 소비자’로 국한돼 있는 잠재고객의 범위에 안티소비자를 포함시키는 등의 혁신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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