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10 11:33
수정 : 2013.12.1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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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리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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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소설 《파리인간》이 가장 강렬하게 던지는 화두다. 상처는 인간을 강하게 단련시키기도 하지만 평생 아물지 않는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인간은 유사한 상황 속에서 상처의 순간을 되풀이한다. 마치 본능적으로 쓰레기 더미로 몰려드는 파리처럼 말이다.
전쟁역사학자이자 인문학자로 정평이 난 《파리인간》의 작가 한스 올라브 랄룸은 ‘전쟁’이라는 공통분모가 가지는 상처를 활용한 역사추리소설을 출간했다. 전쟁은 인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을 직접 겪었든 겪지 않았든 인간의 핏줄엔 전쟁의 상처와 두려움이 본능적으로 깃들어 있다.
한스 올라브 랄룸은 1940년대 2차 세계대전과 1968년에 벌어진 2차 세계대전 전쟁 영웅이자 노르웨이 정부 고위관료였던 하랄 올레센의 살해 사건을 긴밀하게 엮어 풀어냈다.
하랄 올라센을 죽인 용의자는 모두 과거의 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피해자와 인연을 만든 사람들이다. ‘전쟁’이라는 충격적 상처를 공유한 피해자와 용의자들은 과연 어떤 악연으로 엉켜 있는 것일까? 작가 한스 올라브 랄룸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피난민들의 과거와 20년이 훌쩍 지난 1968년 현재를 자연스럽게 오고가며 독자들에게 스릴을 만끽하게 한다.
한 장 한 장 시선을 빼앗으며 심장박동수를 증가시키는 전개 속에서 한국 독자는 본능적으로 뼛속 깊이 새겨진 한국 전쟁사를 오버랩해 본다.
이렇듯 한스 올라브 랄룸은 ‘전쟁’이라는 인류 공통의 상처를 사용해 감정이입을 끌어냈다.
더 나아가 《파리인간》은 인류 공통의 상처인 ‘전쟁’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 상처를 끊어내고자 발버둥 치는 인간의 ‘욕망’을 드러낸다.
다시는 쓰레기 더미를 맛보지 않으리라 수없이 다짐해 보지만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면 자신도 모르게 쓰레기 더미를 맴돌고 있는 파리인간. 스스로 포기해 버리고 그 쓰레기 속에서 작은 안락이라도 찾으면 좋으련만 인간은 언제나 유토피아를 꿈꾼다. 과거의 상처라는 올가미를 끊어내고 스스로 행복을 만들려는 인간의 본능. 때때로 그 본능은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켜서라도 자신의 행복을 쟁취하려는 그릇된 욕망으로 표출된다.
하지만 그 욕망의 삯은 스스로를 다시금 쓰레기 더미로 몰아넣는 결과가 되고 ‘상처’는 되풀이 될 뿐이다.
인간의 상처, 전쟁, 그리고 욕망을 절묘하게 녹인 소설 《파리인간》. 한스 올라브 랄룸의 첫 추리소설인 《파리인간》은 노르웨이에서 출간 즉시 20만 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K2라는 별명을 가진 평범한 형사와 장애를 가졌지만 미모와 지능을 겸비한 열여덟 살 천재소녀 파트리시아의 목소리를 빌어, 인간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어가면서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을 그렸다. 두 명의 주인공과 상처로 얼룩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인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 자료 제공 : 책에이름
<본 기사는 한겨레 의견과 다를 수 있으며, 기업이 제공한 정보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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