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료 산정방식 달라 국산차 운전자 불리
‘베엠베’ 범퍼 수리비 ‘에쿠스’ 6배 넘게 받아
국산차인 에쿠스 4500㏄와 수입차인 베엠베 3000㏄가 비슷한 추돌 사고를 당해, 앞 뒤 범퍼를 모두 갈아야 한다면 수리비 차이는 얼마나 날까. 보험개발원 자료를 보면 범퍼값만 따져, 베엠베는 116만원으로 19만원선인 에쿠스의 6배를 넘는 수리비를 보험금으로 받게 된다. 그렇다면 베엠베의 차주는 에쿠스 차주보다 그만큼 보험료를 더 많이 낼까. 정답은 ‘천만의 말씀’이다. 외제차에 대한 보험료 산정 방식이 주먹구구여서, 국산차와 견줘 더 적은 보험료로 더 많은 보험금을 보장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역으로 국산차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은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13일 한 손해보험사가 자체 산출한 국산차와 수입차의 연차별 보험료 추이를 보면, 신차 가격을 똑같이 7122만원으로 맞췄을 때 에쿠스 4500㏄의 보험료는 154만원에서 1년 뒤 144만원, 3년 뒤 137만원으로 낮아진데 견줘 베엠베 3000㏄는 1년 뒤 145만원, 3년 뒤 128만원으로 더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4년을 넘기면 보험료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는게 보험사의 설명이다. 이런 격차는 보험료 책정 방식의 차이에서 온다. 국산차는 감가율 20%와 실제 중고가격을 모두 반영해 보험료를 계산하지만, 수입차는 감가율만 적용하는 단순 방식이다보니 국산차보다 차값이 더 빨리 떨어진다. 반면 사고가 날 경우 수입차 운전자가 받는 보험금은 국산차에 비해 훨씬 큰 형편이다. 수입차의 부품 가격이 국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수입차 운전자는 국산차에 비해 적은 보험료로 더 많은 보험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경향은 중고 수입차일수록 더욱 심해진다. 지난 2004년 기준 수입차의 손해율(보험료에서 지급된 보험금 비율)이 86%로 69%인 국산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보험업계에서는 4년 넘은 수입차의 보험 인수를 꺼리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중에서도 신차부터 3년 정도까지는 따로 기사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가 적지만 4~5년께 새로 인수되는 수입차의 경우 멋으로 타는 자가 운전자들이 많아 보험사고가 잦은 편”이라며 “일부 운전자는 판금 정도의 사고에도 차량 교체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이런 수입차 보험료 산정 방식의 허점이, 그리 크지는 않더라도 국산차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을 늘린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입차 수는 지난해 12월 말 현재 17만대로 해마다 20% 이상씩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보험업계의 불만이 커지자, 보험료 산정 방식 개발을 맡고 있는 보험개발원도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나해인 보험개발원 자동차본부장은 “2000㏄를 초과하는 대형 승용차 기준으로 수입차 비중이 5%를 넘어서고 있는 만큼 기준을 개선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해당 수입차종이 주류인 외국에서의 차종별 실제 감가율을 도입해 적용하는 방식과 함께 차종별 모델별 보험료를 차등하는 방식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