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02 07:24
수정 : 2006.03.0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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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가 운영하는 경기 성남시 분당 중고차경매장. 유찰된 중고차들이 경매장 주차장에 세워져 있다. 성남/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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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차 100대에 중고차 20대 할당
대리점, 돈 주고 차 구해 보내기도
“왜 새 차를 파는 딜러들이 계열사 중고차 공급까지 책임져야 하나요?”
현대자동차 대리점들이 계열사 글로비스로 중고차를 출품하라는 본사의 압박에 적지 않은 시달림을 당하고 있다. 대리점 평가 때 반영하는 것은 물론 일정한 할당량까지 정해주는 경우가 있어, 몇몇 대리점들은 중고차 업자에게 돈을 주고 일부러 차를 구해 경매장에 내보내는 웃지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1일 현대차 및 대리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차가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과 수도권 대리점들에게 중고차 출품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 새 차를 파는 대가로 처리하게 되는 고객들의 중고차를 일반 중고차 업체에 넘기지 말고 글로비스 분당 경매장으로 넘기도록 하라는 요구가 유무형의 압력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대리점 직원들은 새 차 100대를 팔면 15~20대꼴로 중고차를 출품하도록 ‘할당’받고 있다고 한다. 지점이나 지역본부가 중고차 출품률을 1등에서 꼴등까지 성적을 매겨 팩스를 보내거나, 직접 현장을 방문해 독촉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현대차 대리점 소장은 “(독촉이) 심할 땐 중고차업자에게 10만원쯤 사례비를 주고 출품할 차를 ‘섭외’할 때도 있다”며 “이런 비결을 알려준 이가 바로 본사쪽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지역별·계절별로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대리점들이 중고차 출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대리점들은 고객들의 중고차를 일반 중고차 업체에 넘기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비스 경매장에 넘길 경우 경매가 매주 금요일 한차례만 열리고 낙찰률도 50%대에 그쳐 처리기간이 훨씬 늦어지는 데다, 출품비용 5만5천원과 수수료(낙찰금액의 2.2%), 탁송료(2만~3만9천원) 등을 떼고 나면 본인은 물론 고객들에게도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영 대리점들은 현대차 직영도 아닌데 직접 관련이 없는 ‘계열사 밀어주기’에 동원되는 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불만은 커지고 있지만 대리점들은 겉으로 말을 못하고 이를 속으로만 삭이고 있다. 현대차 눈 밖에 났다가는 각종 불이익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당장 지역본부나 지점 관리자한테서 직접적인 압력을 받고 대리점평가위원회에서도 꼬투리를 잡히게 된다. 심할 경우는 계약해지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대해 현대차 및 글로비스 관계자는 “경매장은 중고차 거래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운영하고 있으며, 강요에 의한 출품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글로비스 분당경매장은 이런 안팎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급성장하고 있다. 2001년 1만여대에 불과했던 출품대수가 지난해 3만5천대를 넘어섰으며, 이미 2년여 전 경쟁 상대인 대우자동차판매의 서울경매장을 추월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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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비스는 현대차 그룹 계열의 자동차 종합물류 및 유통·판매업체다. 2001년 2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외아들 의선씨가 100% 출자해 설립했다. 현대차 수송을 주업으로 하고 있으나 일반화물의 운송·창고·포장·장비임대 등에서부터 현대차 알라바마 공장 조달·생산물류까지 국내외서 광범한 물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유통사업은 오토와이즈분당경매장으로 대표되는 중고차 사업과 국내에서 조립한 부품을 미국 등 국외 공장으로 내보내는 녹다운(CKD) 수출 사업을 하고 있다. 모듈업체인 현대모비스, 변속기를 만드는 현대파워텍 등과 더불어 최근 현대차그룹이 힘을 쏟고 있는 부품 수직계열화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5428억여원, 순이익 787억여원의 성적을 거뒀다. 올해 매출 목표는 1조8562억원이다. 임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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