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13 18:50
수정 : 2006.03.13 22:19
기아차, 조지아주 공장 투자계약 체결
현대차 엘러배마 공장과 함께 교두보
기아자동차가 오는 2009년부터 미국 조지아주에서 자동차 생산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북미시장에서 ‘글로벌 메이커’로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다. 환율변동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매출과 수익구조를 벗어나자는 목적도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기아차 조지아 공장을 지난해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더불어 북미시장 공략의 중심으로 삼을 계획이다.
기아차는 13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정몽구 그룹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해외담당 사장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소니 퍼듀 조지아 주지사와 북미공장 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
계약에서, 기아차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에 내부 여유자금과 현지 금용차입금 등 모두 12억달러를 투자해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2009년 상반기까지 짓기로 했다. 생산차종은 북미시장에서 팔릴 만한 레저용차량(RV)이나 소형 승용차종을 검토하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 1년여 미국 동남부의 여러 주를 후보지로 고려하다가 물류비용과 주정부 지원 등에서 가장 유리한 조지아주로 최종 낙점했다. 웨스트포인트시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이 있는 몽고메리시에서 북동쪽으로 130여㎞ 떨어진 지점이다. 현대차와 함께 진출한 부품업체들을 기아차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거리다. 조지아주는 공장 터 무상제공, 고용창출 지원금 제공 등 모두 4억1천만달러 상당의 인센티브를 기아차에 주기로 했다. 기아차의 현지 직접고용 2500여명을 비롯해 모두 4500여명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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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경영의 전면에 나선 정의선 해외담당 사장(왼쪽에서 두번째)이 13일 오전 서울 양재동 기아차 사옥에서 미국 조지아주 현지공장 투자계약서에 서명한 뒤 소니 퍼듀 미국 조지아주 지사와 악수하고 있다. 뒤쪽에서는 부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웃으면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 기아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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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가 조지아 공장을 가동하면, 중국 1·2공장 43만대, 유럽공장 30만대 등을 합쳐 국외생산 능력이 모두 103만대에 이른다. 연산 130만대인 지금의 국내 생산능력이 그대로 유지된다 하더라도 2010년부터는 국내외 생산능력이 230만대를 넘어선다. 현대차의 2010년까지 설비확장 계획까지 더하면 현대·기아차그룹은 600만대 생산설비를 갖춰, 적어도 생산능력으로는 ‘세계 5대그룹’에 진입한다.
새로 짓거나 증설하는 공장의 입지는 모두 국외 소비지다. 현대·기아차가 국외 현지생산만 계속 늘리는 이유는, ‘국내생산-수출판매 위주’라는 사업구조를 벗어나지 않고서는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국외생산 예상치는 106만7천대로 전체생산의 25% 수준이다. 다른 글로벌 메이커들의 국외생산 비중이 35~60%에 이르는 것과 견주면 아주 낮은 수준이다. 환율변동 위험에 쉽게 노출되고, 물류비 등 원가절감 경쟁이나 현지 소비패턴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도 불리하다. 그래서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세계 자동차시장의 중심인 미국에서 현지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현지 소비자들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미국공장 설립의 의미를 평가한다.
문제는 현지 생산능력의 증가가 곧바로 판매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들어 기아차의 북미시장 판매실적만 봐도 목표에 한참 못미친다. 기아차는 미국 공장이 가동하면, 지난해 1.9%이던 북미시장 점유율을 4%선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올해 판매목표를 지난해보다 15.1%나 많은 35만대로 잡았다. 그러나 올 들어 2월까지 북미시장 판매는 3.2%에 그쳤다. 현대차의 같은 기간 판매 증가율이 7.1%인 점을 고려하면 환율충격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결국 품질과 판매 능력이 뒤따라야 한다.
국외 생산기지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조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기아차의 지난해 말 현재 부채비율은 114%로, 그다지 높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고작 74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0.4%에 불과하고, 빌린 돈의 이자를 감당하기에도 모자랐다. 현대모비스, 현대카드, 엠코 등 계열사 출자지분의 값어치가 올라가 순이익은 냈지만 장부상 이익일 뿐이다. 자칫 대규모 국외투자가 빚과 영업적자만 늘릴 수도 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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