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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보니/렉서스 ES350 렉서스 이에스350(ES350)은 요즈음 가장 잘 나가는 수입차다. 지난달 국내 데뷔와 함께 손쉽게 판매 1위에 오른 이 차는 전통적으로 평론가나 마니아보다는 소비자들로부터 무언의 지지를 받아왔다. 현대차 사태 이후 비교 대상으로 덩달아 국내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일본 도요타의 최고급 브랜드 ‘렉서스’를 이끄는 핵심 모델이라는 점, 미국을 제쳐두고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판매가 되었다는 점 등 주변 상황도 이 차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ES는 일반적인 4도어 세단이다. 새 모델로 진화할 때마다 배기량을 키우는 렉서스의 전략에 따라 종전 ES300, ES330을 거쳐 3500cc급인 ES350이 되었다. 새 차는 튀지 않는 평범함이 오히려 가장 어려운 숙제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전 330 시절보다 헤드램프를 중심으로 한 앞모습이 날카롭게 변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모난 곳 없이 부드러운 인상이 여전하다. 쿠페처럼 날렵하게 다듬어진 옆모습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강렬하지도, 심심하지도 않다. 이 같은 중용의 디자인은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실내에 앉아보면 아치형으로 둥글게 만든 센터페시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위로 돌려보면 선루푸가 앞뒤로 길게 이어져 있어 지붕 전체를 유리로 만든 것으로 착각할 만큼 탁 트인 개방감이 느껴진다. 차의 길이는 전과 같지만 탑승객이 차지하는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를 크게 늘려 비슷한 등급의 고급 세단 가운데 가장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한 점도 돋보인다. 그러면서도 트렁크(519리터)는 전혀 줄지 않아 골프가방 4개가 거뜬히 들어가는 공간을 확보했다.
달리기 성능에서도 경쟁자들과 차별화된 성격을 갖고 있다. 엔진은 최고출력 277마력으로 경쟁 차종들보다 수치상으로 앞선다. 실제로 달려보니 시속 200km 이상의 고속 주행 영역에 도달할 때까지 엔진에서 아무런 스트레스가 느껴지지 않았다. 전자제어 가변밸브타이밍기술을 쓴 새 3500cc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궁합이 좋은 까닭이다. 렉서스 브랜드 최고의 강점인 정숙성도 여전하다. 때로는 귀신 나올 듯 적막하기까지 한 조용함이 이 차에서 가장 앞세울 만한 매력이라 하겠다. 역설적으로 너무 편하고 조용하다는 점이 거부반응을 불러오기도 한다. 과거에는 출력이나 최고 속도 등 성능면에서 앞서고 있음에도 단지 조용하다는 이유로 ‘여자들이 타는 차’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새 ES가 이 같은 편견을 넘지 못한다 해도 잘 팔리는 인기 모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고급 수입차 시장에서 배기량에 비해 값(5960만~6360만원)이 가장 싼데다 10개의 에어백 등 최선의 안전장치와 편의장비도 빠짐없이 갖췄다. 계급장 떼고 꼼꼼히 따져보면 구매가치가 높다는 말이다. 잘 팔리는 차에는 분명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김재호 자동차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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