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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특집] 진화하는 AV
1970년대 미국 제너럴모터스는 ‘노바’라는 이름의 새 차를 내놓았다. ‘신성(新星)’이라는 산뜻한 이름을 가진 차다. 그러나 이 차는 중남미 시장에서 거의 팔리지 않았다. 스페인어로 ‘노바’는 ‘가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엠의 실패담은 자동차 업계에서 ‘이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좋은 차 이름이 판매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부적절한 이름을 가진 자동차는 성능이 좋더라도 시장 진입에 실패한다는 것이 업계의 상식이다. 폴크스바겐은 자동차 작명에 일가견이 있는 대표적인 업체다. 이 회사는 ‘바람’을 모티브로 삼는다. 기상학에 능통한 사람이라면 차의 특성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한다. 중형 세단차 파사트는 고요하고 잠잠한 무역풍이며, 골프는 멕시코만에, 제타는 아드리아해에 부는 바람을 일컫는다. 도요타와 포드도 자동차 이름에 규칙을 부여해 성공한 경우다. 도요타에는 유난히 알파벳 시(C)로 시작하는 이름이 많다. 캠리, 코롤라, 센튜리, 크라운 등이 대표적이다. 포드도 스포츠실용차 이름을 익스플로러, 이스케이프, 익스피디션 등 알파벳 이(E)로 시작해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베엠베(BMW), 푸조, 아우디, 벤츠 등 고급 자동차 업체들의 차 이름은 알파벳 이니셜과 숫자 몇개로 이뤄진 단순한 이름이 많다. 푸조와 포르셰, 베엠베 등은 세자리 숫자를 즐겨 쓰는데, 첫숫자는 모두 차의 크기와 관련이 있다. 푸조는 1·2·4·6·8을, 베엠베는 3·5·7을 쓴다. 또 푸조는 가운데 항상 ‘0’을 쓰기 때문에 ‘206’은 푸조의 6세대 소형차 이름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포르셰는 푸조가 가운데 ‘0’을 쓰는 바람에 대형 스포츠카 이름을 ‘901’이 아닌 테러를 연상시키는 ‘911’로 지을 수밖에 없었다. 괴짜 이름도 적지 않다. 포르셰의 스포츠실용차 ‘카이엔’은 매운 고추를 뜻하며, 일본의 마쓰다는 ‘카푸치노’라는 이름의 경차를 지금도 판매하고 있다. 사실 자동차 회사들의 이름 자체도 흥미로운 경우가 많다. 캐딜락은 루이지애나 주지사를 역임한 프랑스계 미국인 ‘카디야’의 미국식 발음이며, 볼보는 라틴어로 ‘나는 구른다’는 뜻이다. 재규어의 사명은 원래 ‘스왈로 사이드’였으나 2차대전을 거치며 이니셜인 ‘SS’가 나치 친위대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사명을 바꿨다. 국산 차명을 보면 소형차에는 영어 단어가, 고급차종일수록 라틴어 계열 이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의 클릭과 모닝, 기아차의 프라이드는 모두 영어 단어를 그대로 따왔다. 또 현대차의 베르나와 라비타, 쏘나타, 투스카니, 지엠대우의 레조와 토스카는 모두 이탈리아와 관계가 있다. 현대의 아반떼와 지엠대우의 마티즈는 스페인어다. 또 지엠대우의 라세티와 매그너스, 현대의 에쿠스는 라틴어다. 하지만 지엠대우의 칼로스와 기아의 세라토는 그리스어다. 이래저래 차명에서 배우는 외국어도 참 많다.서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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