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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15 20:00 수정 : 2008.07.15 20:07

이상용씨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삼성동 동희오토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씨는 동희오토가 지난해 말 자신을 포함해 일부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소속돼 있던 사내하청업체 진양과 재계약을 맺지 않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주장한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동희오토 생산라인 850명 전원 사내하청업체 소속
기본시급 최저임금…하루 10시간 근무 월130만원
본사 계약해지하면 해고…“임금착취 전형적 모델”

기아차 ‘모닝’ 생산현장 르포

기아자동차의 경차 ‘모닝’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지금 주문해도 올 연말에나 받아볼 수 있을 만큼 공급이 달린다. 일반적으로 ‘돈이 안된다’고 평가받는 경차가 효자상품이 된 셈이다. 그런데 이 차의 조립생산 시스템이 독특하다. 기아차는 동희오토라는 중소기업에 조립생산을 맡기고 있는데, 동희오토는 다시 생산라인 전부를 사내하청업체들에게 위탁하고 있다. 그래서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림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한 대표적인 사례라는 비판이 나온다. 모닝 사례를 통해 대기업 사내하청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머슴’을 살아도 부잣집 머슴을 살아야죠.” 이달 초 충남 서산시 동희오토 공장 앞에서 만난 한 생산직 노동자는 최저임금만 받고 있는 자신의 신세를 이렇게 푸념했다.

한편에선 모닝을 만드는 동희오토를 ‘혁신 공장’으로 치켜세우지만, 반대편에선 숙련노동을 포기한 임금착취의 전형적 모델이라고 비판한다. 최근 2~3년새 대규모 공장에서 급격하게 늘고 있는 편법적인 사내하도급의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최근 현장 조사한 자료를 보면, 동희오토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850여명 전원은 도장을 맡은 대양, 용접쪽의 우뢰, 생산관리를 맡는 대훈 등 13개 사내하청업체에 소속돼 있다. 기아차의 1차 협력사인 동희오토와 노무 도급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2005년에 입사한 생산직 사원의 지난 3월 급여명세서를 보면, 기본시급은 현재의 최저임금인 3770원이며 하루 10시간씩 주6일 일하며 받은 총액(야근·특근수당 포함)이 130만8천원이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동희오토의 생산직 임금은 기아차 비정규직과 비교해도 70~80% 수준밖에 안된다”고 설명했다.

겉으로 보기에 동희오토의 생산성은 현대·기아차의 여느 공장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시간당 생산대수는 2004년 첫 가동 때 26대에서 최근 32대까지 증가했으며, 현재 15만대 규모인 연간 생산 규모도 곧 18만~19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동희오토 관계자는 “부품사에서 반제품 상태로 가져와 조립하는 모듈생산 방식이라 인원 절감과 공정 단순화가 가능하고, 작업자의 배치·편성이 도요타만큼 효율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이아무개씨는 “도요타 공장에 있는 ‘작업중단 끈’은 제조공정에서 불량이 생기면 생산을 멈추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들었다”며 “그러나 사람 수는 부족하고 생산목표는 과도하다보니 우리 회사의 작업중단 끈은 화장실 가고 싶은 사람들이 애타게 조장을 부를 때 사용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열악한 처우 탓에 이직도 잦다. 애초 서산 주민들이 많았던 작업자들은 대부분 타 지역 출신들로 바뀌었고, 3~4년씩 일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동희오토 본사 관계자는 “솔직히 사람 손끝에서 나오는 숙련도와 품질을 부인할 수는 없는데, 협력사 직원들이 언제까지 일할지 장담할 수 없어 불안하다”고 밝혔다. 본사가 사내하청업체와 계약해지를 하면 전원이 해고될 수 있기 때문에 고용불안도 심각하다. 지난해 말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10여명이 가입해 있던 진양이라는 업체가 ‘퇴출’되기도 했다.

완성차를 위탁생산하는 ‘동희오토 방식’의 원조는 일본이지만, 국내 상황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오재훤 메이지대학 교수는 “도요타, 혼다 등도 외주생산을 하지만 본사와 비슷하게 정규직을 쓰며 현장의 혁신을 중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모비스처럼 사내하청 비율이 80~90%에 이르는 공장들은 자동차·전자·조선 등 제조업 전부문에서 발견된다”며 “숙련노동의 가치를 포기하고 인건비 절감에만 매달리는 현재의 시스템은 결국 제조업 경쟁력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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