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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27 19:17 수정 : 2008.11.27 19:17

미국 디트로이트 북서부 윅섬에 있는 포드의 폐쇄된 공장 전경. 2006년 폐쇄가 결정돼 지난해 완전히 문을 닫았다.

한국자동차산업 ‘도약 엔진 찾아라’
2부 선진기업에서 배운다 - ⑤ 미국-‘빅3’ 실패 탐구

미국 디트로이트 북서부 윅섬(Wixom)시에 있는 포드자동차 공장은 미국 자동차 ‘빅3’의 실패를 보여주는 전범같은 곳이다. 이 공장은 1958년 설립돼 이 지역의 번영을 이끌었다. 그러나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연료 먹는 하마’ 같던 대형세단 링컨 타운카 등을 만들던 이 공장은 높은 인건비와 판매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5월 문을 닫았다.

경영진, 대형차에만 매달려 미래형차 개발 등한시
노조는 잇속 차리기 급급…뒤늦게 자구안 찾기 부산

지난 25일 방문한 이 공장은 포드 마크도 떼어버린 채 을씨년스럽게 서 있었다. 이제 이곳은 미래를 제대로 내다보지 못한 경영진과 자기 잇속 챙기기에 급급했던 노조의 잘못된 결합이 낳은 대표적인 ‘유물’이 돼버렸다.

최근 빅3가 갑작스런 경기침체에 따라 부도 위기까지 몰려 있지만 이런 위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정돼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시간대 자동차연구소의 브루스 벨조스키 교수는 “경기침체 이전에도 이미 미국차의 경쟁력은 빠른 속도로 약화되고 있었다”며 “비싼 기름값과 신용경색이 방아쇠를 빨리 당긴 측면이 있지만 이미 미국차의 위기는 예견돼 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미국차의 경쟁력이 약해진 결정적인 요인은 스포츠실용차(SUV)의 높은 이익에 취해 연료 효율이 높은 차 개발을 등한시했던 근시안적인 경영전략에 있다. 한대에 2만 달러도 안 하는 데다 개발비마저 많이 드는 연료 효율 높은 소형차 개발은, 한대에 4만 달러가 넘는 대형 스포츠실용차를 팔면서 재미를 쏠쏠히 보고 있던 미국차 업체들에 당면과제가 아니었다.


노조 쪽의 책임도 적지 않다. 미국 내 가장 강력한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는 100년 동안의 투쟁을 통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소득과 복리후생을 누려왔다. 퇴직자 및 그 가족 전부에 대한 의료보험 혜택과 많은 연금 등은 빅3의 경영에 상당한 부담을 끼쳤다. 이런 고용비용은 현대차 등 미국에 공장을 세워 진출하는 외국 업체들이 전미자동차노조의 영향력이 거의 없는 남부로 몰려가도록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빅3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낮아졌다.


미국 자동차 시장 국가별 점유율 추이
문제는 노사 양쪽이 이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너무 늦게 내놓은 데 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지난해에서야 의료보험 혜택 비용을 수억 달러 줄이고 새로 고용되는 직원의 임금을 낮추는 데 합의했다. 그나마 이 합의는 2010년에야 적용되기 시작한다. 회사 쪽은 지난해부터 부쩍 하이브리드차와 소형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엠은 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발 중이고 포드는 유럽 포드에서 생산하던 소형차들을 미국 내 공장에서도 생산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차량들이 미국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하는 것도 2010년이다.

시장은 싸늘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그냥 돈을 줄 생각은 없다”고 수차례 이야기했다. 확실한 자구안을 내놓으라는 이야기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반의 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자오도 “공짜 점심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3는 현재 노사 양쪽 모두가 강력한 구조조정 압력을 받고 있다. 노사가 이런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일찍부터 했더라면 현재 상황은 어땠을까. 벨조스키 교수는 “지금까지 빅3는 노사가 모두 회사의 미래 세대가 가져야 할 것들을 갉아먹으면서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며 “이제 와서 체질을 바꾸려고 하고 있지만 그 비용이 얼마나 큰지를 보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글·사진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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